매일신문

빨간 간판 말리느라 구청-업주간 실랑이

"빨간색 간판만은 제발…"최근 대구지역에서 새로 문을 여는 업소나 간판을 바꿔다는 업소들이 앞다투어 빨간색 간판을 내걸고 있어 구청 담당 공무원들이 이를 말리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주들이 불황 속에 손님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더 끌기 위해 강렬한 빨간색 바탕의 간판을 걸려고 하는 반면 공무원들은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다른 색상으로 바꾸도록 유도하려고 설득하다 보니 실랑이가 자주 빚어지고 있는 것.

관련법에는 네온사인이나 전광판의 경우 빨간색이 절반 이상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일반 간판에는 해당 규정이 없어 구청이 행정지도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 이같은 마찰은 불가피한 것.

이와 관련, 대구시도 지난 2월 각 구청에 빨간색 간판의 허가를 가급적 억제토록 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현재 수성구 수성시장 네거리, 동구 신암동 새마을오거리나 평화시장 인근 등 도심상가나 시장주변에는 약국, 휴대폰대리점, 가구점 등 동종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업소를 중심으로 빨간색 간판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으며 주택가 등지에까지 이런 현상이 확산될 조짐이다.

광고물제작업계에서는 간판을 주문하는 업주의 절반 이상이 빨간색, 노란색 등 원색을 선호하고 있으며 일부 제작업체들은 광고효과가 높다며 빨간색 간판을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고물업계 한 관계자는 "업주들이 행인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기존 간판을 떼내고 빨간색 간판으로 바꿔 다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약국 등은 빨간색 간판 달기가 경쟁적"이라고 말했다.

계명문화대 신동태(48·시각디자인)교수는 "거리나 상가의 간판이 빨간색으로 획일화되는 것은 도심풍경을 삭막하게 만들고 시민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선진외국의 경우 간판 크기나 색상 보다 특이한 인테리어, 상징물 설치 등으로 광고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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