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졸지에 고아된 두자매

하나(19.대구 정화여고 3년)와 세나(11.대구 황금초교 4년) 자매는 1주일전 아버지를 엄마곁으로 떠나보냈다. 졸지에 자매에게 붙여진 두 이름 '고아', '소녀가장'. 어머니 이정숙씨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차를 타고 가다 트레일러에 부딪혀 돌아가신지 4년7개월만의 일이었다.

아버지 이문희(46)씨가 변을 당한 것은 지난 8일 밤 11시쯤.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농협황금지소 삼거리 부근 보도를 걸어가던 중 좌회전하는 승용차를 피하려다 보도로 돌진한 버스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하나가 7살되던 해까지 각각 서적외판원과 야쿠르트배달을 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며 브라질로 이민을 떠나 옷장사를 시작했고 한동안 돈도 많이 모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고 이후 가정에 행운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거래선 수금을 도맡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받아야 할 돈을 모두 날려버렸고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방황은 계속됐다. 이민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96년 귀국했지만 손대는 사업마다 되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죽음. 계약기간을 5개월여 남긴 13평짜리 사글세 아파트에 사는 자매의 가슴엔 '절망'이라는 두글자외 다른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브라질에서 학교를 오래 다녀 포르투갈어와 영어에 능숙한 언니 하나. 외국어관련 학과에 진학, 재능을 펼쳐보고 싶었지만 이젠 당장 먹을것과 잠잘 곳을 고민해야 할 처지.

"커다란 버스에 치였을 때 아빠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까, 엄마도 고통스럽게 가셨는데….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 부모님에게 누가 이런 고통을 주는 건가요" 자매는 울먹이고 있었다.

〈崔敬喆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