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정 4년째를 맞아 대구경제에서 한가지 분명해진 것은 대구시와 경제단체의 관계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됐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단체 자율성은 쇠퇴했고 면역력이 저상돼 사기와 의욕이 떨어진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문희갑시장 특유의 업무 스타일과 개성 덕분에 대구 경제는 '민선시대 시장과 경제단체장의 관계 정립'이란 과외의 숙제를 하나 안게 된 것이다. 단체장 세대교체론과 단체 변화론으로 대변되는 문시장의 파상적 요구와 압박이 단체의 일시적 업무능력 향상을 불러올지언정 결국엔 소탐대실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문시장과 경제단체의 관계는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을 둘러싼 섬유단체와의 불협화음을 계기로 부상됐지만 사실 섬유단체에 국한된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시장으로 취임한 95년 7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갈등을 빚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첫 갈등은 취임 직후 대구상의를 시의 지도·감독을 받는 산하기관 정도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에서 불거졌다. 문시장은 중앙부처에 이를 요구했고 대구상의는 대한상의를 통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법에도 없는 일이란 이유로 결국 이 시도는 무산됐으나 문시장이 경제단체에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는 명확히 보여준 셈이 됐다.
문시장은 이후 대구상의 채병하회장과 줄곧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97년 제16대 상의회장 선거에서 문시장이 채회장 재선을 반대하면서 선거에 관여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시장은 이때문에 "시장이 상의회장 임명권을 가진듯이 행동해선 안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민선 1기동안 문시장이 경제단체와 유달리 불편한 관계는 아니었다. 섬유업종의 한 조합 관계자는 "2기 시장선거가 있기 몇개월 전인 98년 2, 3월 섬유관련 조합·단체의 총회가 집중적으로 열렸는데 문시장은 일일이 참석해 일을 잘 하고 있다고 칭찬했을 뿐 아니라 깊이 고개숙여 인사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문시장은 그러나 2기 시장으로 재선된 뒤 특히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을 놓고 섬유단체와 본격적인 갈등관계에 들어갔다.
올해 2월 염색조합 총회에서 "1940년생 이상은 물러나야 한다"며 세대교체론을 공개 거론한 것을 시작으로 각종 행사때마다 이를 강도높게 요구했다. 6월부터는 세대교체 요구선을 단체장에서 실무영역으로까지 확대했다.
이를 계기로 업계 내부에서는 기존 단체장 밀어내기, 눈치보기, 편가르기 같은 웃지못할 양상들이 계속됐다. 밀라노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문시장은 주장했으나 오히려 업계 내부의 갈등과 반목을 조장한 부분이 없지 않다는 비판이다.
7월 현재 문시장의 세대교체론은 부분적으로만 수용된 상태다. 시의 예산 지원을 받는 단체나 연구기관의 단체장은 바뀐 반면 지원을 받지 않는 연구기관이나 조합의 단체장은 건재하다. 아무리 좋은 얘기도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증좌다.경제계는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문시장의 의욕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이면서도 이 일이 문시장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경제단체를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게 한결같은 주문이다.
대구상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권위주의적으로 군림하면서 단체의 맹종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시일이 걸리더라도 이해와 설득을 통해 함께 가는 게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섬유업계 한 관계자는 "밀라노 프로젝트가 문시장 혼자의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성공을 외치며 업계를 억누르고 자율성을 뺏어서는 안된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현실이지만 이를 풀어가는 문시장 방식은 더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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