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통합방송법안이 또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국내 메이저급 방송사인 KBS와 MBC가 주축이 된 전국방송노조연합이 새로운 통합방송법안에 반대하면서 연대파업을 선언하고 지난 13일 오전 6시부터 일제히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그런데 이번 방송사 파업의 재미있는 현상은 예전의 파업은 방송사측과 노조측의 대립양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번 파업은 정부여당과 노조측의 대립에 방송사측이 방조하는 듯한 인상이 짙고, MBC와 KBS 등 통합방송법안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방송사는 파업에 적극적이지만 SBS와 교육방송, 기독교방송 등 통합방송법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않는 다른 방송사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두 방송사는 왜 이토록 파업에 적극적인 것일까? MBC의 경우에는 매년 세전이익의 15%를 공적기여금으로 출연하도록 한 통합방송법안의 조치는 불공평하고 예산과 결산권을 방송문화진흥회가 가지도록 한 것도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의 경우에는 사장선임시 반드시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KBS외에 국책 방송사를 신설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개별방송국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통합방송법이 가지고 있는 주요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방송위원회의 위원구성 문제이다. 새로운 방송법에 의해서 신설될 통합 방송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방송정책권과 인.허가권, 그리고 방송발전기금운영권 등 기존의 방송위원회보다 훨씬 강화된 기능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 방송위원회의 위원선임방법이 정부 여당에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여당이 제출한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위원회 위원은 대통령이 추천하는 3인,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3인, 그리고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추천된 시청자대표 6인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만약 이러한 방식으로 방송위원을 선임한다면 방송위원회의 중립성은 확보하기가 어렵게 된다.
두번째는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문제이다. 현재 정부여당 안에는 위성방송사업에 대기업과 언론사, 외국 자본의 참여를 33%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이에대해 방송노조연합측은 여론 독점과 방송의 대외문화 존속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참여를 금지하되, 불가피한 경우에 10%로 참여지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위성방송 자체가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이나 외국 자본을 무작정 배제할 경우에 위성방송 사업자체를 시작하는 것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진봉 언론문화연구소장.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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