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살맛이 나지 않는다. 미로를 헤매듯이 그저 황막할 따름이다. 하루가 뻔한 날이 없는 가운데 이번에는 고위공직자 부부에 의한 수뢰 비리가 또 터졌다.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있거니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이들로 해서 한국인인 것이 점점 싫어진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뇌물을 탐하는 것일까.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이라 하지만 제조회사가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땅 장사를 해서 힘들이지 않고 몇십갑절의 자산을 늘린 것을 경제라 한다면 사기도 경제가 된다.
##뇌물 탐하는 사회
마찬가지로 어느 공직자가 관직을 이용해서 돈을 부정하게 받았다면 말할 것도 없이 독직(瀆職)이 된다. 뿐만 아니라 그 아내나 아들이 금전을 받아도 역시 수뢰(收賂)라는 범죄가 성립된다. 공직사회가 윤리를 망각한다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학교에서 배우고 실무를 통해 익혔을 터인데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쉴새없이 이런 일이 터지는 것이다.
옛날 우리 사회의 교양은 유학이었다. 유학은 다섯 개의 덕목을 두고 오상(五常)이라 하지만 기원전의 '맹자'까지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상(四常)만을 두었다. 여기에 신(信)이라는 정직(正直)이 포함된 것은 한대(漢代) 이후이다. 한대는 경제사회가 보다 광역화되었기 때문에 상행위에 필요한 '신'이라는 모럴을 두었던 것이다.
이런 관념적인 유학의 영향으로 중국관리들은 지극히 비생산적일 수 밖에 없었다. 청조말 한 영국 영사가 그 지역의 청국 지방장관을 초청, 테니스를 같이 치자고 했다. 그랬더니 청국 고관은 하인에게 치게 하자면서 사양하더라는 것이 다. 군자가 점잖지 않게 소인배처럼 풀쩍풀쩍 뛰어다닐 수 있느냐면서 유유히 아편을 피우더라는 것이다.
오늘의 문명은 유교사회 때와는 물론 다르다. 산업사회이고 기능사회이기 때문에 사람의 생활이 그만큼 물리적이고 기능적이다. 그래서 항상 문제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독직이 용납될 수 없는 것은 정치가.관리.교육자들의 뇌물 비리는 사회의 활력을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이 관직을 더럽히고 교육자들이 몇 푼 돈에 교육을 혼탁시킨다면 국민은 자기가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상실하게 된다.
좋은 나라란 무수한 민의(民意) 위에 서 있는 국가를 말하며, 독직을 악으로 여기는 것은 국민의 살맛을 송두리째 앗아간다는 데 있다. 동화 같은 얘기를 한다면 가령 어느 고위관리가 평범한 가정집에서 운수(雲水)와 같이 호젓하게 살고, 아내되는 사람도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게 산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官은 오만-民은 아첨 말아야
관이나 민이나 사람은 등질(等質)이다. 탄소가 화학 변화를 일으켜 금강석이 되듯 공인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 혁명적 의식의 변화 없이는 부르짖고 있는 제2의 건국도 무엇도 한갖 언어의 수사에 불과하다. 관은 오만하지 말아야 하고 민은 아첨하지 말아야 한다. 바로 이런 등식논리가 원칙론인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공인의 독직은 나라를 망치는 최대공약수이다. 국민으로 하여금 일할 희망을 잃게 할 뿐더러 애국심까지 뭉개버리는 공직사회의 부패는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시민층을 지도해야 할 공인들이 스스로 망국의 묘혈을 판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설가.죽순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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