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티베트에서 온 편지

은자의 나라 티벳을 품고 있는 중앙아시아는 사막과 초원이 장대하게 펼쳐지는 원초적인 세계다. 많은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문명을 등지고 현대 문명에 가려진 이곳을 찾아 들어간다.

황하를 따라 티벳까지 가는 여행기 '티벳에서 온 편지'(사계절 펴냄)를 낸 소설가 김영종씨의 경우도 그렇다. 이 책은 단순히 풍물을 훑어가는 기록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더듬어가는 역사기행기다. 여행에서 그가 눈여겨 보는 것은 문명의 대전환과 한국정신문화의 뿌리. 내륙 아시아를 여행하며 가졌던 생각들을 투영시켜 현대문명의 허실을 근본에서 다시 들여다 보고 있는 저자는 부제처럼 자연과 성, 문명을 다시 생각한다.

중국이 점령한 티벳에서 영혼의 고귀함과 식민지의 비참함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발견한다. 우주적 책임감으로 가득찬 티벳인들. 행복한 21세기를 맞기 위해 고대의 지혜가 필요함을 실감케 한다. 그 지혜는 이타주의와 자비심, 비폭력 이라는 달라이 라마의 말이 떠올리게 한다. 티벳어로 '살루'로 발음되는 쌀의 기원도 생각해 보고, 흉노족의 황금문화와 신라 대릉원을 연계시켜보기도 한다. 티벳 깊은 산골짜기에서 신라 승려의 숨결을 느껴보기도 하고, 고구려 무덤에 등장하는 '복희여왜' 신화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책 뒷부분에 실린 세 편의 글에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가 압축돼 있다. 죽음과 성, 문명에 대한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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