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이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전쟁 아닌 전쟁을 치렀지요. 그런데 정작 걱정은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사내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입니다"
"혼자 사는 티를 절대 내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완벽하게 자신을 위장하고 있어야 독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아내를 사별한 뒤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이웃들로부터 '마누라도 없이…' '애들이 너무 안됐다'는 얘기에 너무 많이 상처를 받고는 딴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아내가 멀리서 직장생활을 한다고 둘러댑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아침 식사를 건너뛰며 대부분 좋지 못한 식습관을 갖는다. 그리하여 그들은 어느날 이상한 진단을 받는다. 영양실조…. 국민소득이 얼마인데 영양실조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유난히 부계 혈통에 의한 가부장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가족유형의 큰 틀은 부부와 자녀, 혹은 부부와 자녀·부모로 이루어진 핵가족이나 대가족, 혹은 수정확대가족이다. 그러나 최근 핵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독신가구가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98년말 현재 평균 결혼 연령이 29세에 육박하는 만혼 경향과 함께 아예 결혼생활을 하지 않은 싱글을 포함한 독신가구의 숫자는 가파른 증가세.
통계청이 5년단위로 조사하는 인구통계센서스에 따르면 95년 현재 전국의 단독가구(독신가구)는 164만2천406가구로 90년의 102만1천481가구보다 50%이상 숨가쁘게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가족정책은 이들 독신가구의 급증세에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가족정책은 여러 가족 유형 중에서 주류를 이루는 핵가족 중심에 치우쳐있고, 여기에 일부 요보호 가족이 대상일 뿐이어서 독신가구에 대한 배려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미혼은 미혼대로, 기혼이면서도 혼자 혹은 자녀를 데리고 사는 독신 가구는 각종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기 일쑤이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는 볼일이 있으면 늦게 들어와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는데 혼잣몸이 되고부터는 조금만 늦게와도 이웃들이 이상하게 여기는 바람에 행동이 자유스럽지 못하고, 애들이 친구들로부터 아빠없는 애라고 왕따당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혼한 여성들의 경우 이웃으로부터의 원치않는 성폭행에 시달리기도 한다.
예전에 피아노학원을 경영했던 30대의 한 여성은 "남편과 헤어진뒤 학원차량 운전기사까지 집적대는 바람에 해고해 버렸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슷한 환경에 처한 독신자들끼리 모여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생활의 지혜를 모색하며 육아상식을 나누는 자조집단 '다우리'(회장 이동남, 053-653-6289, http://www.dawoori.co.kr, 대구시 달서우체국 사서함 50호 다우리관리자앞)까지 대구에서 등장해 관심을 끈다.
독신 가정 서로돕기를 목적으로 일년여전에 발족한 다우리는 30, 40대 호적등본상 미혼, 이혼, 사별중인 사람들로 짜여있으며 현재 회원은 1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전국에 팀이 결성되고 있는데 이미 서울 부산 인천에 다우리 지부가 만들어졌다.
"다우리 모임에 다녀온 자녀가 내만 엄마가 없는게 아니라는 사실에 많은 위안을 받았다"는 이동남 다우리 회장은 지역특성에 맞추어서 봉사활동, 부모효율성훈련, 등산이나 영화감상 등을 다양하게 펼칠 것이라고 밝힌다. 또 서울에서는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02-2263-4131)에서 운영하는 홀아버지 모임에는 10가족이 또박 또박 모임을 갖고 있다.
대구가족상담센터 김순천소장은 이미 외국의 경우 독신가구가 20%를 넘어섰다며 독신가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이들이 하나의 가족으로서 건강한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도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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