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입지를 선택할 때 기업가들은 여러 외적 요인을 체크해 가장 적합한 곳을 고른다. 경제학에선 이를 '외부성(externalities)'의 개념으로 다룬다. 노동의 양이 풍부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곳, 환경규제나 조세부담이 적은 곳, 거래처 또는 소비지(대도시.수출항 등) 가까운 곳, 사회간접자본이 발달돼 있는 곳 등에 기업은 자리잡는다. 수도권에 여러 산업이 밀집한 것도 외부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외부성'은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중국.동남아.동구권 등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것은 해당국가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외부효과를 높인데 따른 결과다. 즉 '국경없는 경제', '경제의 국제화'는 이러한 외부성의 산물이다.
최근 '외부성'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새로운 인자가 등장했다. 바로 디지털의 급속한 실용화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물리적.지리적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산업입지의 조건도 달라졌다. 인터넷 상거래로 세계 어디서나 생산요소의 조달이 가능해져 기업들은 종전처럼 굳이 대도시 주위에 모여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앞으로 '외부성'은 생산주체가 필요로하는 일체의 정보를 빨리 제공할 수 있는 정보기술이 뛰어난 곳일수록 커질 것이다. 1t의 구리 케이블이 처리하던 메시지를 단 70파운드의 광섬유가 처리하면서 95%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러한 기술정보를 먼저 입수한 기업은 남보다 앞서 변신할 수 있다.
하이테크로의 변신이 빠르면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이 가능해 무한대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빌 게이츠가 윈도95를 수록한 첫 디스켓을 생산하기까지 투자한 비용은 무려 2억5천만달러. 그러나 두번째 디스켓의 생산비는 불과 몇 센트에 불과했다고 한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고급 섬유 및 섬유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몰려들도록 산업기반을 조성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등 진입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인세티브도 좋지만 실리콘 밸리처럼 정보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다. 그래야 기업들이 몰려들고 지역 산업도 살게된다. 밀라노 프로젝트도 대구에 섬유정보를 집중시키는 쪽으로 수렴돼야 할 것이다.
김시환〈한은 대구지점 기획조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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