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세계인의 이목과 관심을 끌었던 여자 월드컵이 미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결승전에서는 승부차기로 우승을 확정시킨 골을 성공한 백인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들처럼 웃옷을 벗어던져 화제를 낳았다.
이 여자 선수는 웃옷을 벗어던진 행동에 대한 분분한 의견으로 구설수에 오르긴 하였지만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인기스타로 발돋움하였다. 물론, 이 선수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언론이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이 선수의 활약상에 대한 언론의 지속적인 보도가 이 선수를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사회에서 흑인들은 월드컵 우승의 진정한 주역이자 유일한 흑인 국가대표인 골키퍼를 언론이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이 대단한 모양이다. 경기후 생중계 방송중 이 흑인 골키퍼가 메달을 받을 차례가 되었을 때 카메라가 웃옷을 벗어던진 백인 선수 쪽으로 돌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흑인 시청자들은 이는 우연한 일일 수 없으며 백인 선수를 영웅으로 만들려는 명백한 언론의 인종차별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경우, 같은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인종차별 대신에, 언론의 지역 차별은 심각한 위험수위에 와 있는 느낌이다. 간만에 활짝 갠 날씨에 흥이 겨워 라디오의 음악에 흠뻑 취해 있노라면 갑자기 창밖에 비가 오니 운전에 유념하라는 MC의 멘트가 지방에 살고 있는 우리를 가슴시리게 만들기 일쑤다. 서울에서 일어났던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과 같은 사고때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하루종일 속보로 보도한데 반하여 지방에서 일어난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때는 간략한 보도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여전히 우리의 아픈 기억속에 남아있다. 지방에 산다는 단순한 이유로 우리의 생명은 언론으로부터 경시당하고 있으며, 변장한 유명 연예인을 체포하여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언론의 본질은 공정성과 비편파성에 있다. 이를 명심하여 언론의 지역차별이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면 한다.
영남대 교수·매체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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