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선4년-자동차 산업 육성(7)

지난 96년 대구시는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자료를 통해 삼성상용차 유치와 관련해 이렇게 발표했다.

'상용차 자체의 생산유발 효과 1조9천억원, 소득유발 효과 3천700억원, 고용창출효과 5만8천명. 본사까지 유치할 경우 총 생산유발 효과 2조6천억원, 소득유발 효과 5천50억원, 7만8천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생긴다'

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구지산업단지에 쌍용차 공장과 본사가 들어서면 총 생산유발 효과 5조4천억원, 소득유발 효과 1조4천억원, 고용창출 효과 16만명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대구시는 2000년 삼성상용차 매출만 2조5천억원에 이르러 시 1년 예산과 맞먹을 정도라고 호언했다. 쌍용차 구지공단은 독일벤츠 합작을 통해 아시아지역 자동차 생산거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95년 문희갑 시장 취임 이후 대구시 경제활성화 기획단도 자동차 산업 및 부품산업의 육성 등에 대한 장기계획을 내놓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삼성상용차는 대구시민이 팔아주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지경이고 구지산업단지는 부지 조성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로 넘어갔다. 당초 연간 21만대 생산 시설에 2조5천억원 매출을 올릴 것이라던 삼성상용차는 투자가 늦어져 현재 5만대 시설에 매출 3천억원에 불과하다.

대우의 구지산업단지 자동차공장 설립여부는 2001년 이후의 문제가 됐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97년부터 승용 10만대, 대형 2만대(2000년 초) 생산시설을 갖추고 공장이 돌아갔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에 자동차 벨트, 부품전문단지가 들어설 리 없다. 더욱이 최근 대우그룹 구조조정으로 구지 쌍용차 공장 설립까지 불투명해졌다.

이 바람에 지역 1천여 부품업체들은 연간 15만대를 소화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도 지역 소화물량이 연간 1만대에 그쳐 외지 완성차 공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98년까지 자동차 전용 부품 및 공용화 단지를 세우려 했던 대구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업체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또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할지 경청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가동조차 못하는 삼성상용차 1개사로는 자동차 벨트계획이 반쪽에 그쳐 부품단지의 경제적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산업육성에 관여했던 전현직 공무원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IMF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또 대구시 고위 관계자는 "지역에서 국가적 산업을 육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고 발뺌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까지 자동차 벨트 조성과 관련해 대구시가 보여줬던 태도는 한마디로 목소리만 높였을 뿐 실천이 따르지 않았다. 부산 삼성차 문제, 대우그룹 구조조정 등으로 대구 자동차 벨트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도 대구시는 외부사정이 호전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자치단체장이 자동차 공장 예정지인 구지산업단지에 골프장을 지을 수도 있다고 밝혀 자동차 벨트 계획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모든 것을 외부상황 탓으로 돌리고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서는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리 없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밑그림을 꼼꼼히 살피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시민이나 경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는 지금부터라도 자동차 벨트를 이렇게 추진하겠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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