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쟁점 리뷰-인간성의 두 유형

우유부단한 사색형인'햄릿형'과 저돌적 행동형인'돈 키호테형'은 러시아의 대문호 투르게네프의 분석에서 유래했다. 두 작품은 우연하게도 17세기 초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다. 돈 키호테는 철저한 이상주의자로 이상을 위하여 모든 것을 걸거나 생명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으며, 자신의 생명을 이상의 구현, 진리의 확립, 지상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긴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며 자신의 일만 걱정한다는 것은 그에게는 치욕이다. 그는 자기자신 이외의 것을 위해 산다. 그는 자기의 이웃과 형제들을 위해 살며 악을 근절시키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모습에서'에고이즘'이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은 바로 자기희생의 화신이다. 그는 이처럼 확고부동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코 주저하는 법이 없이 저돌적으로 일을 추진한다. 그는 겸허한 마음과 위대한 영혼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용감한 인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목표에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저돌적으로 전진해 나가는 그의 자세에서 그의 사상이 단조롭다는 것과 그의 지혜가 다소 편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면 햄릿은'에고이즘'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햄릿에게는 확고한 신념이 없다. 그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산다. 햄릿이 철저한 에고이스트인 이유는 그의 사색이 실질적으로 아무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며, 또한 자기 영혼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할 이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는 회의론자이며, 머릿속은 언제나 자기자신의 문제로 가득 차 있다. 햄릿은 과장되게 자신을 힐책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감시하고 자기 내부를 주시하는 데서 커다란 만족감을 느낀다. 부왕이 복수를 부탁하나 햄릿은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며 자신의 우유부단함에 대한 구실을 찾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햄릿형'의 인간형은 사색적이고 뛰어난 지각력과 나아가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실천력의 결여로 세상과 민중에게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다. 반면 얼마쯤은 광인이라 할 수 있는'돈 키호테형'의 인간은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하며, 때로는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가 실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은 그 목표 이외의 것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 투르게네프는 이들이 인류 역사발전에 기여하고 민중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했다.

햄릿형은 자연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 한 힘, 즉 구심력을 대변해 주는 인물로 자기자신을 만물의 중심체로 간주한다. 자기 주변의 다른 생물체는 다만 자기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부차적인 것으로만 간주한다. 그러나 이 구심력 없이 자연이 존재할 수 없듯이 자연은 또 다른 하나의 힘인 원심력 없이는 역시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생물체는 자기 이외의 다른 개체를 위해 존재한다는 타자를 향한 원심력적인 삶이 있는데, 복종과 헌신의 돈 키호테형 인물이 여기에 속한다. 사색과 행동, 침체와 적극적 활동, 보수성과 진보성 등으로 대변될 수 있는 서로 상이한 이 두 힘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을 이루는 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상은 이 두 힘의 대립과 갈등, 균형과 조화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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