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구시 동구 각산동 일심재활원은 긴장감에 싸여 있다. 지금껏 엄두도 내지 못했던 '큰 일'을 앞두고 원생들의 심장 박동수는 빨라지고 있다. 설렘과 두려움 속에 다가올 그 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
일심재활원의 정신지체장애자 8명과 그들을 도와주는 작은사랑 나눔회 회원 6명은 오는 30일부터 8월1일까지 영천~청송간 78.1㎞를 걷는 '장애인 도보순례' 행사를 계획중이다.
하루 평균 20~30㎞이상을 걷는 행군이 정상인들에게는 그리 힘들지 않은 일일지 모르지만 재활원 바깥 출입조차 자주 한 적 없는 정신지체장애자들에게는 대단한 도전이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지만 우리 스스로 어려운 일을 해냄으로써 자활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도보순례단의 일원인 김태수군은 부자연스런 말투지만 또박또박 도전 의지를 밝혔다. 도보순례는 자원봉사자 모임인 작은사랑 나눔회가 장애인들이 자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안한 것.
예상치 못했던 제안에 다소 어리둥절했던 일심재활원측은 곧 그 취지를 받아들여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도보순례를 위해 일심재활원 소속 160여명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팔공산 등산 등 1,2차에 걸친 기초체력 검사를 실시, 김군 등 8명을 지난 17일 최종 선발했다. 21일에는 참가자 14명이 코스답사를 다녀왔으며 25일 파계사~수태골~동화사 구간에서 도보순례 중 지켜야 할 안전수칙 등에 대한 최종 점검을 할 계획이다.
장애인 도보순례단은 30일 오전 7시 영천시 도림동을 출발, 사천1리~봉림사 입구~상송분교까지 25.2㎞를 간 뒤 하룻밤을 자고 31일에는 노귀재휴게소~장전2리~현동중학교 구간 32.4㎞, 내달 1일에는 삼자현휴게소~청송자연휴양림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청송 효가대수련원까지 20㎞를 걷게 된다.
이들과 함께 도보순례에 나서는 작은사랑나눔회는 지난 95년 9월 이준석(27), 이경아(26·여), 박경복(26)씨 등 3명이 대입 재수 시절,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친구들을 모아 만들었다.
이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장애인들의 사회 적응.
평소 30여명의 회원들이 장애인들과 1명씩 조를 짜 등산, 게임, 시장보기, 각종연주회 참가 등의 일상활동을 통해 자활훈련을 돕고 있다. 또 매달 2명의 회원이 정신지체장애 관련 자료를 수집, 전체회원과 바람직한 사회적응 훈련방안에 대한 토론회도 갖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도보 순례를 계기로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씻어졌으면 합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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