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물이야기-공매

지난주엔 선물거래의 특징을 '면세거래'로 설명했다. 선물거래의 또다른 특징은 '공매(空賣:Short-Sale)' 다. 현물거래의 경우 팔려면 먼저 사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일 물건을 매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팔려면 그 물건을 빌려서 팔아야 한다. 그러나 물건을 빌리는 것도 '소유권 이전'문제와 맞물려 매우 어렵다.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48평 아파트를 한채 빌려 판 뒤 집값이 떨어지면 그 때 되사서 갚겠다고 한다면 주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정신이상자로 취급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이처럼 현물은 빌리기가 매우 힘들다. 단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은 증권예탁원에서 실물보관 및 명의이전 등을 처리해주므로 기관투자가들이 제한적으로 대차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현물시장에선 무엇을 팔려고 할 때는 먼저 매수해야 매도할 수 있다. 즉 현물시장은 사는 행위가 출발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현물시장을 '단방향시장(單方向市場:One Directional Market)'이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이 사는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현물시장은 가격이 오르면 모든 투자자가 행복해진다. 반대로 가격이 내려면 모든 투자자가 불행하다.

최근 증시 활황세를 타고 몇배 몇십배씩 자산을 불린 사람이 있다. 현물시장은 이처럼 가격이 오르면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이익을 보는 '포지티브 섬(Positive Sum)' 게임시장이다.

그러나 선물시장은 다르다. 선물시장에선 현물거래처럼 물건이 없어도 팔 수 있다. 미래에 팔겠다고 약속만 한 것이므로 지금 현물이 없어도 파는데 지장이 없다. 다시 말해 선물시장에선 사는 것이나 파는 것이나 자유롭다. 그래서 선물시장에선 파는 경우를 향후 부족분을 채워넣어야 한다는 뜻에서 '매도(Sell)'대신 '부족'을 의미하는 '숏 포지션(Short Position)'이란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선물시장은 공매(空賣)가 자유로와 값이 오를 것 같으면 매수, 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면 매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양방향 시장이다. 따라서 선물시장은 값이 오르기만 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현물시장과 달리 내려도 행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값이 오르든 내리든 버는 사람, 잃는 사람의 손익합계가 영(零)이 되는 '제로섬(Zero Sum)'게임시장이다.

하태형〈LG선물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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