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민회의의 신당창당 선언은 자민련에게는 충격이었다.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대통합을 주장하는 측과 통합반대 측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박태준(朴泰俊)총재 등 통합파는 "이러다가 자민련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고 통합반대파인 충청권은 합당의 전단계가 아니냐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먼저 통합파의 반응. 박총재는 이날 오전 신당 추진설이 나올 때만 해도 충청권을 의식해 이양희대변인을 통해 "합당은 자민련 당론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토록 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회의가 단독으로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나오자 아예 말문을 닫아 버렸다. 대통합을 염두에 두고 이에 반대하고 있는 김용환.이인구의원 등 충청권 강경파들을 설득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회의가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이다. 박총재의 한 측근은 "이제 자민련은 코너에 몰렸다"며 "내각제도 포기한 마당에 합당문제에서도 이제 백기를 드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그동안 줄기차게 대통합을 주장해 온 박철언부총재도 마찬가지. 지난 14일과 16일 JP와 DJ를 잇따라 만나 대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박부총재는 국민회의의 신당창당선언으로 일을 그르치는 것 아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부총재는 대신 충청권 강경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자민련의 돌파구는 대통합뿐인데도 김.이의원 등이 계속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새판짜기를 위해서는 충청권이 적극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청권의 생각은 다르다. 국민회의의 신당창당 선언이 합당의 전단계로 보며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차라리 떠날 사람은 떠나라"는 반응이다. 신당에 비충청권 의원들이 합류할 경우 자신들은 당을 지켰다는 명분을 챙길 생각이다. 연내 내각제개헌도 무산된 마당에 국민회의 신당과 함께 한다는 것은 충청도에서는 자살행위라고 보고 있다.
국민회의의 신당창당 선언이 예상외로 자민련의 당 내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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