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백용진(성악가·(주)대남 대표이사)

'조국을 떠나 있으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도 우리나라를 떠나 있으면서 그런 체험을 한 적이 있다.

10여년 전, 성악 공부를 하기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머물때는 우리나라에 대한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통일되고, 어느 나라보다도 더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만 했다.

아니,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의 비행기에 오른 뒤 많은 외국인들과 자리를 같이 하면서부터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비행기가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화장지로 화장실을 깨끗하게 닦기도 했다.

밀라노의 학원에서 수강하면서는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사기도 높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밀라노의 중심 시가지인 두오모성당 광장에는 소니·산요 등 일본 전자제품 네온사인이 크게 빛을 내고 있어 그런 분위기의 연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위축감과는 상대적으로 애국심이 끓어 오르던 기억도 선연하다.

수업시간에 이탈리아 선생님의 질문을 받고 우리의 정치·사회 현실에 대해 의기양양하게 대답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외침 등 치욕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런일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역설하자 일본인들까지 박수를 쳤다. 그때 나는 그런 애국심에 불타 있었다.

귀국해서 섬유 수출 사업을 하는 한편 성악가로 활동하고, 대학에 출강하는 등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개인의 발전과 성장에 힘을 쏟으면서 그때의 그 애국심도 희석돼 버렸다.

그러나 얼마전 신문에서 안중근 의사에 대한 기사를 대하면서 반성의 계기를 가졌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한 그에 대한 존경심이 나자신을 다시 한번 깊이 들여다 보게 한 셈이다.

이즈음 나는 10여년 전 이탈리아에 머물때와 같은 생각을 가끔 해보곤 한다. 그때와 같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불을 지피며, 어떤 뿌듯함 같은 것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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