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과 인곡(印谷)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장이 지난 19일 분규 종식 노력에 합의함으로써 이른바 조-태분규의 해묵은 갈등이 풀릴 수 있을가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조계종과 태고종 분규의 뿌리는 해방 직후로 거슬러올라간다. 일제가 정책적으로 대처승(帶妻僧) 제도를 장려하자 비구승들은 해방 직후부터 '왜색불교 타파'라는구호 아래 이른바 정화운동(태고종에서는 법난이라고 부름)에 나서기 시작했고 "대처승들은 모두 절에서 떠나라"는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를 계기로 피비린내나는 사찰 쟁탈전이 벌어졌다.
62년에 이르러 정부가 중재에 나서 이른바 통합종단이 출범했으나 주도권 다툼과 법통성 논쟁이 격화돼 결국 대처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은 70년에 태고종을 창종하고 갈라져나갔다. 그 뒤로도 물리력을 동원한 공방전과 법정 다툼은 끊이지 않았으나 법원이 조계종의 전통사찰 소유권을 인정해 대부분의 전통사찰은 조계종에 넘어간 상태이다.
그러나 지금도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조계종과 태고종이 소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찰은 순천 선암사를 비롯해 서울 신촌의 봉원사, 왕십리 안정사, 홍은동 백련사, 영종도 용궁사, 관악산 성주암, 순천 향림사 등 전국적으로 10여개에 이른다.
이중 양 종단의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곳은 선암사와 봉원사. 선암사의 경우 소유권은 조계종, 점유권은 태고종, 재산관리권은 순천시가 갖고 있다.태고종은 지난해 2월 종단내 유일한 교구본사급 전통사찰인 선암사가 조계종으로부터 주지로 임명된 세민(世敏) 스님에 의해 일시 점거되자 선암사를 태고총림으로 격상시키고 서울 성북동 태고사에 있던 총무원 간판을 옮겨다는 등 강력한 사수의지를 보였다.
조계종도 선암사가 종단내 제20교구본사인 중요사찰인데다가 지난 69년 대법원판결에 의해 법적 소유권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태고종에 내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점거 시도가 불발된 직후 조계종 총무원과 전남지역 5개본사주지는 성명을 내어 "선암사는 법적으로 명백한 조계종 사찰이며 태고종은 빠른 시간 안에 선암사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봉원사의 재산권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선암사의 전각과 당우들은 옛날부터 있던 것들이지만 봉원사 경내와 주변 사찰 소유지에는 최근에 지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 소유권은 조계종, 점유권은 태고종, 재산관리권은 서대문구청, 토지내 건물 소유권은 태고종이 각각 갖고 있다.
봉원사는 도심에 인접해 있고 주변 땅이 10만평에 이르는 이른바 노른자위 사찰이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산문 앞의 땅에 불교종합복지관이나 불교방송, 혹은 불교텔레비전 사옥을 지어 불교계가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고 있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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