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대그룹 대우지원 회동

4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이 25일 저녁긴급 회동한 것은 '대우 쇼크'가 대우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칫 재계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서열(자산순위) 2위인 대우의 회생이 어려워질 경우 자기 그룹의 계열사매각이나 유상증자 등 구조조정 계획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각 그룹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 그룹이 대우 구조조정을 얼마나 실효성있게 지원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동 배경재계의 대우 지원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이달 중순 이후부터다. 김태구 대우 구조조정본부장이 대우자동차 사장으로 옮긴 것과 관련, 5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간 환송연이 열렸을 때 대우의 어려운 사정이 처음 거론됐다.

이후 각 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재계가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김우중 회장의 구조조정성명이 있은 25일 오후 갑작스럽게 회동이 마련됐다.

박세용 현대 본부장은 "대우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려워진 만큼 남의 일이 아니라는 공동체의식이 재계에서 생겨났으며 대우가 무너질 경우 다른 그룹의 구조조정도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학수 삼성 본부장은 "각 계열 금융회사들이 금융시장에 주름이 가지 않도록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대우쇼크로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기업가치 하락, 인수.합병(M&A) 난항, 유상증자 어려움 등 대우사태의 여파가 나머지 그룹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재계가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향후 전망이날 회동에서는 대우를 지원하자는 원칙이 합의됐으며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박세용 현대 본부장은 전했다. 그는 이번주중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과 각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모여 구체적인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도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을 수 있을까.

우선 계열 금융사들이 대우 주식을 마구 내다 파는 이기적 행위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정부도 강력히 주문하고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적극적으로는 △교보생명, 한미은행 지분 등 대우가 내놓은 담보자산중 일부를 4대그룹을 포함한 각 그룹이 매입하는 방안 △대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 △대우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점과연 재계가 대우를 지원할 여력이 있느냐,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재계의 대우지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열쇠다.

우선 저마다 살빼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대우의 담보자산을 사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할 능력이 있을지 미지수다. 이때문에 이날 합의문이 공수표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지난 97년 현대와 대우가 기아자동차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아특수강 공동경영에 합의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