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광고에도 등장할 만큼 친숙해진 엘빈 토플러는 여성인력의 활용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견했다.
"정보화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수평적 협력관계'가 사회기능의 기본을 형성하며, 여성의 사회참여와 재택근무 수준이 그 나라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라는 것이다.
과연 정보화 사회가 되면 가사노동이 자동화되고 통신망이 발달하여 가정과 일터의 경계가 무너지고 직업선택의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여성이 정보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과거 기존 사회의 성별 불평등 구조가 시정되지 않은 채 남녀간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돼 여성들을 정보의 빈자로 전락케 할 것인가.
인터넷 모르면 원시인이라는 광고카피에서 보듯, 이미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는 일년에 두배 정도 증가한다. 1994년에는 300만명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고, 이들중 대부분이 미국인 그것도 남성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일반 대중에게 개방된 후 불과 몇년이 지난 98년말 모건 스탠리 미국투자연구보고서는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용인구를 1억명으로 추산했다. 2005년에는 10억명이 인터넷에 접속하리라고 예상된다.
인터넷을 통해서 교환된 데이터의 양은 100일마다 두배로 증가하며 2004년이 되면 인터넷을 통한 통신이 전 통신의 99%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콤팩 등과 같은 주요 정보기술업체의 총 자본금은 87년 120억 달러에서 97년에는 5천880억 달러로 10년 사이에 약 50배 가량 증가했다. 가히 인터넷이 만들어낸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한판 승부를 겨루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인터넷, 혹은 컴퓨터 마더보더 조차 모르는 여성들이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UN보고서 '여성과 정보혁명'에 따르면 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82%가 남성이며 여성은 컴맹층과 컴약층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500대 기술기업의 경우 여성간부는 전체의 5.3%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가운데 여성이 가장 많다고 하는 소프트웨어 부문도 겨우 11.0%이며, 네트워크 통신 분야에서는 1%도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정보통신분야에서의 성별 위계서열은 지속되고 있으며 이들 부문에서 광범위한 여성의 탈숙련화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세계 각국은 '여성없는 정보대국은 없다'를 부르짖으며 전략적이고 계획적으로 여성정보화를 육성하거나 지원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정보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성취업자 수가 50%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는 점을 상기할 때, 정보화 사회의 조속한 발전을 위해서 여성인력의 방치는 더이상 간과할 수 없는 절박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진국들의 경우 특히 정보화와 관련된 산업이 확대되면서 선진국들은 산업정책을 세우면서 여성정책과 함께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생명과학분야 전문인력의 41%가 여성이다. 영국은 노동인력의 50%가 정보관련 산업으로 전환하였는데, 그중 여성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33%에 달하고 있다.
이는 그간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여성에 대한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이에 따른 적극적 고용정책을 전개한 결과이다.
세계은행과 시카고대학은 정보화시대에는 도로건설에 투자했을 경우의 예상 수익률은 7~11%이나 여성교육에 투자하는 경우의 예상 수익률은 27%로 최고의 투자는 여성의 교육과 활용에 있다는 공동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여성인력에 대한 투자와 적극적인 고용정책의 결과 미국 여성들은 정보화의 막후 실력가로 대두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21세기 세계경제혁명을 이끌어나갈 인터넷 시대의 뉴디지털 경영인 12명 가운데 한사람으로 인터넷 경매 e-베이 사장 마거릿 휘트먼(42)을 선정했으며 최근 휴렛팩커드(HP)의 최고 경영자로 칼리 피오리나(44)가 선임되기도 했다.
3년전 타임지가 커버스토리로 다뤘던 사이버공간을 주름잡는 50인 가운데 여성은 단 한명 뿐이었지만 98년10월에는 4명의 여성이 선발됐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사이버 동물로 자리잡은 다마고치를 발명한 아키 마이다, 모건 스탠리 매거진 디렉터 매리 미커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정보화사회가 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정치를 비롯한 전문직종으로 진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않고 있다.
여성의 교육수준과 능력이라는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보수적인 사회통념과 문화적인 배경이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여성의 정보화를 위해 WINET를 가동, 제1기 개발을 끝내고 제2기 개발로의 이행을 모색하고 있다. WINET는 일본 국립부인교육회관의 부인교육정보센터가 구축한 부인교육정보시스템으로 여기에는 6만5천권 이상의 국내외 여성및 가족에 관한 도서자료 1천400종을 싣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 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10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여성정보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한국여성개발원에 여성정보센터를 설립키로 하고, 이듬해말에 발족됐다. 또 마리텔레콤 장인경사장, 코리아사이버넷 박경숙사장등을 비롯한 여성정보화 기수들과 영남여성정보문화센터 등 여성정보화를 돕는 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일반여성들의 정보화 마인드는 매우 취약하다. PC통신의 사용비율을 볼때 97년 남성이 86%, 여성은 14%를 차지했다. 98년에는 좀 나아져서 여성의 사용이 31%로 증가하였지만 여전히 선진국 수준보다는 턱없이 낮다.한국전산원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 75만여명 중 10% 정도만 여성이어서 사용자의 절대다수가 남성이며 정보통신산업에 뛰어든 여성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3년간 선정한 2백개 유망 중소기업 가운데 여성사장은 2명에 지나지 않아 지난해 창업한 미국내 정보통신 벤처기업중 16%가 여성사장인 점과 큰 격차를 보인다.
비교적 컴퓨터를 대하기 쉬운 직장여성이나 여대생들을 뺀 주부들의 경우는 4%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정보 시대의 자녀교육뿐 아니라 자녀들과의 세대차이도 심각해지고 있다. 컴퓨터 활용도 남학생보다 여학생 비율이 훨씬 떨어진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지식사회의 낙오자집단에 속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허운나 한양대교수는 결국 '여성정보문화 21'을 창립했다.
"여성을 지식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하게 내버려 둘 게 아니라 정보화교육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문화를 리드할 수 있는 주도적 여성으로 태어나도록 모든 수단을 제공해야한다"는 허회장은 정부가 2002년까지 모든 학교에 인터넷을 연결시키고, 가정에도 쌍방향 초고속 정보망을 구축하면 여성정보화 추진에 상당히 바람직한 환경이 구축되는 셈이라고 말한다.
21세기가 여성의 시대라는 담론이 우리의 희망을 부추기는 데에는 정보사회가 남녀평등을 실현시킬 것이라는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유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이지만 "엄마는 인터넷도 모르면서…"말이 사라지도록 여성들이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부터 닦아야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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