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유전(流轉)이라고 한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끊임없이 흘러가고 굴러간다고 해서 시인묵객들은 윤류(輪流)라고도 표현했다. 26일, 진형구(秦炯九)전 대검공안부장이 서울지검에 출두하는 모습을 본 숱한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소회를 나타냈다. 진씨의 출두사실이 유전 인생의 속성때문인지, 권력의 속성때문인지 굳이 가질 필요도 없는 문제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자신의 '지나침'때문이었을 게다. 어느 조간신문에 실린 사진은 카메라 세례에 놀라 화등잔만하게 커진 그의 두 눈망울이 재기로 가득찬 얼굴전체를 가리고도 남았다. 자신이 조사부장.총무부장.2차장으로 정열을 쏟았던 청사에 피의자신분으로 들어선 심정이 보통 착잡했을까. 수사본부장과의 면담에서 "이런 일로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술회했다. 둘다 남자여서 그렇지 운명의 순간만으로 친다면 그 옛날의 신파영화 '검사와 여선생'장면을 뺨치는 대사다. 진씨의 파업유도에 관한 실체적 진실은 수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그의 출두전,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금융계좌 10여개가 압수돼 추적을 당했다는 사실은 이미 그의 운명을 예고하고 있었다. 수뢰사건도 아니고 정부의 공권력이 조폐공사의 파업유도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가리는 조사에 가족들의 예금계좌까지 추적당했다는 사실은 이미 신발에 발을 꿰맞추는 과정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선(先)구속방침.후(後)조사의 부자연스런 틀이 미리 설정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노동계와 국민여론 무마란 명분이 받쳐주고 있는데다 곧 암행어사처럼 출도할 특별검사도 고려해야 할 보통검사들의 입장이니까. 진씨본인은 밤잠도 못자고 후배들에게 시달리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 자신은 '나도 이전에 이런 식으로 검사노릇을 했던가'하고 자문해야 될 것이다. 검찰조직의 무서움을 검사생활 20년이 넘은 뒤에야 느낀다면 빠른 편인가?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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