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갑대구시장은 95년 7월 민선시정을 출범하면서 침체된 지역 경제 부흥을 제1의 과제로 내세우고 경제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대구시에 경제국과 산업국을 두는 등 경제관련 부서의 업무를 세분화하고 관리체제를 강화시키는 등 열의를 보였었다.
그러나 민선 4년 동안 지역 경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3가지의 원인을 들 수 있다. 그것은 △지역정서 통합 노력 결여 △시책입안의 부실 △대정부·대정치권 관계의 소홀이다. 하나의 시책이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여망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시책입안을 하고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야 가능하다. 대구시는 그러나 이 세 부문 어디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물론 나라전체의 경제여건이 악화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지역정서 통합의 문제는 시장의 앞서가는 사고와 처신이 큰 장애물이 됐다. 특히 민선2기 이후 각종 경제단체와의 불화, 인선의 기준 등이 문제를 확대시켰다. 그래서 지역여론을 등에 업고 강력한 경제시책을 추진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제시책 입안도 기대수준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김영재경일대교수는 경실련주최 시정운영평가회에서 "비용과 편익분석 등 경제성과 재원조달 가능성, 파급효과와 부작용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책을 추진하다보니 문제가 속출했다"고 비판했다. 지역 경제계의 기대심리만 부추겼다가 실망만 안겨준 'U-대회'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대구 최대의 현안사업인 밀라노 프로젝트도 대통령 지시로 입안되고 시작되는 바람에 '급조된 지역개발 계획'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꼬리표가 따라 다니고 있다. 위천국가산업단지는 의욕만 앞섰을 뿐 시책추진의 방법론 개발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진주체로서의 치밀성이 결여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대구공항 국제공항화사업, 민자유치사업 등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경제시책 추진이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그에 따른 예산낭비도 없지않았다는 분석이다. 또 대구시의 대내외 신뢰도를 떨어뜨려 시정불신까지 초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정부.대정치권 관계의 소홀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형편상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대형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때문에 시장의 정치적 역량이 중시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고압적 태도가 중앙정부나 정치권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협력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문제는 정치권에서 완전 푸대접 받고 있는 형편이다. 검단동 종합물류단지 조성, 서대구화물터미널 건립 등 굵직굵직한 지역 현안사업들이 진척되지 않는 것도 이런 영향에 기인하는바 적지않다. 심지어 지방교부세 배정(97~98년)에서도 차별을 당하고 있다. 전남도는 1천971억원, 경북도는 1천910억원, 대전은 177억원인데 반해 대구는 45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시장의 가장 큰 임무는 시장개척이나 섬유단체장 세대교체 같은 지엽적 문제가 아니다. 국책사업을 끌어들이고 정부예산을 따오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여론을 추스르고 지역 정치인들을 결속시켜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정치력이 뒷받침 돼야 경제적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대구시는 지금부터라도 심기일전,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시정을 펼쳐야 한다. 그 첫 단추는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남을 질타하기에 앞서 자신의 허물을 먼저 생각하고 스스로 몸을 낮추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어느 경제계 원로의 조언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사업 추진이 벽에 부딪히면 정부나 업계, IMF를 핑계댈 것이 아니라 시정운영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숙고하고 지역민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자세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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