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어떤 재소자 가족의 미소

민순이(42.여.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씨는 며칠전 한 경찰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수화기에서 들려온 중년남자의 목소리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 수민이(17.여.가명)가 졸업할 때까지 학비면제 혜택을 받게됐다는 소식을 담담히 전해왔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조카의 아버지, 즉 자신의 오빠를 지난 5월 사기혐의로 검거한 대구 북부경찰서 침산파출소 박정근(47)경장이었다.

"사기혐의로 도피중이던 오빠를 지난 5월 경남 창녕에서 붙잡아 대구로 오던 도중 저희 가족 얘기를 박경장님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 후로 학교에 몇번씩 찾아가 조카의 딱한 사정을 말하고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장학혜택을 받아낸거죠"

민씨는 딸 둘을 키우고 있으면서도 지난 해 초 오빠가 낳은 조카 3명을 자신의 집으로 거두어들였다. 올케언니가 지난 해 1월 자신이 경영하던 비디오방에서 금품을 요구하던 한 탈영병의 칼에 찔려 숨졌기 때문.

올케언니가 비명에 간 뒤 오빠는 마음을 잡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데리고 일하던 인부들의 임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무리를 하는 바람에 사기혐의로 교도소신세를 지게 됐다.

"애들이 다섯명이 됐지만 싸움 한 번 안하고 잘 지낸답니다. 뜻밖에 경찰관에게 도움을 받게 되니 한편으론 부담스럽고 한편으론 너무나 고맙다는 느낌입니다"

강도가 들어왔을 당시 엄마와 함께 있다 현장을 목격한 막내조카(9)가 아직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민씨. 경찰관의 전화를 받고 난 뒤 세상이 달라보인다며 미소지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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