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로 '역사'와 '이야기'는 동의어다. 이탈리아 역사만큼 풍부한 이야깃거리도 없을성 싶다. 전 유럽을 휩쓴 로마제국에서부터 중세 르네상스를 꽃피운 베네치아와 피렌체, 교황과 미켈란젤로, 오페라까지 서양사를 장식하는 숱한 이야기가 이탈리아 역사에 녹아 있다.
'이야기 이탈리아사'(일빛 펴냄)는 로마 멸망에서 이탈리아 통일까지 이탈리아의 역사적 인물 10명을 통해 본 분열과 통일의 이탈리아 1천500년사다. 저자는 이탈리아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일본 모모야마가국인(桃山學院)대학 후지사와 미치오 교수. 통사 스케치로 읽히는 이 책은 각 시대를 설명하는데 대표가 될만한 인물들을 앞세워 한 편의 역사드라마를 보듯 재미있게 읽어 내려가고 있다. 그 드라마는 로마 제국의 군대가 무장한 난민 무리에게 압도되는 부분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의 통일과 국민의회에 의해 왕국 창립선언이 채택되는 데서 끝난다.
후지사와 교수는 10명의 인물을 이 책에 등장시킨다. 첫번째 등장인물은 로마 제국의 몰락을 지켜보아야 했던 황녀 갈라 플라키디아(390?~450). 그녀는 로마 변방을 끊임없이 공격하던 서(西)고트족에 의해 서로마가 서서히 붕괴되던 시대를 살았다. 조카인 동로마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에 의해 서로마제국 황제가 된 그녀는 425년 아들에게 황제자리를 양위했으나 25년동안 실질적으로 로마를 다스렸다. 하지만 이탈리아 국력의 핵심이었던 중소 농민계급의 소멸과 노예공급마저 끊긴 상태에서 귀족은 사치에 빠지고, 군대는 반목으로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다. 그녀는 서서히 붕괴되는 로마를 지켜보며 슬프지만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이어 교회와 반황제 투쟁을 위해 생애를 바친 여전사인 토스카나백작 마틸다(1046~1115)를 통해 '카노사의 굴욕'과 십자군의 성지탈환 소식, 중세의 시작을 알린다. 타락한 중세에 신의 종소리를 울린 성자 프란키스쿠스(1181~1226)와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등장하고, 로마제국의 부흥을 꿈꾸다 실패한 페데리코 2세(1194~1250)와 노르만 이탈리아왕국의 번영을 보여준다. 또 위기의 14세기에 태어난 걸작 '데카메론'의 저자 보카치오(1313~75), 평화와 균형을 추구한 '피렌체의 아버지' 코시모 데 메디치(1389~1464)의 이야기에는 이탈리아 학계와 사상계에 불어닥친 르네상스의 물결이 넘쳐난다.
저자는 또 불운한 천재 미켈란젤로(1475~1564)와 종교전쟁의 희생양 갈릴레오,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공국의 비토리오 아메데오 2세(1666~1732)를 이탈리아 역사 전면에 차례로 등장시킨다. 또 쾌락의 도시 베네치아를 누빈 호색한 카사노바(1725~1798)를 통해 1천400년이나 지속된 베네치아공화국의 멸망과 나폴레옹 군대의 맹렬한 기세에 무릎을 꿇은 이탈리아반도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음악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는 이탈리아 통일의 상징이다. 1861년 이탈리아왕국 창립이 선언되고, 1870년 로마를 합병한 이탈리아왕국이 이듬해 수도를 로마로 옮기면서 이탈리아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이탈리아는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었고, 근대세계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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