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 수사착수 8일만인 28일 파업유도 발언의 장본인인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공안부장을 사법처리함으로써 이 사건 수사는 끝이 났다.
검찰은 검찰내의 특별검사격인 특별수사본부를 구성, 강도높은 수사를 벌인 끝에 파업유도는 실재했지만 검찰조직이 개입하지 않은 진씨 개인의 '1인극'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전말=이번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9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강도높은 공기업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던 와중에 임금삭감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던 강희복(姜熙復) 전 조폐공사 사장은 상담차 고교 2년 선배로 평소 친목회를 통해 알고 지내던 진씨를 찾았다.
당시까지만해도 강씨는 구조조정을 조기에 추진하기 보다는 임금 50% 삭감으로 노동자 전체를 끌고가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강씨의 이런 생각은 진씨를 만나면서 바뀌게 된다.
진씨가 구조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노조반발을 해결해 줄테니 옥천·경산 조폐창의 통폐합을 강행하라고 권한 것이다.
검찰은 당시 진씨가 강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구조조정을 할테면 빨리하라"는 식으로 독촉했다고 밝히고 있다.
강씨는 기획예산위가 오는 2001년까지 조폐창 통폐합 일정을 이미 제시한 상태에서 '뒤를 봐주겠다'는 진씨의 언질에 따라 같은해 10월2일 느닷없이 옥천조폐창을 폐쇄하고 경산 조폐창으로 시설을 조기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한편 진씨는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조폐공사 노조의 파업에 대비한 대책보고서를 만들도록 이준보(李俊甫) 당시 대검공안2과장 등에게 지시, 3차례의 수정을 거쳐 10월13일 최종보고서를 완성했다.
파업도 일어나기전에 사전보고서를 만들도록 지시한 진씨의 의도를 몰랐던 이과장은 처음에는 노사분규와 관련된 일반적인 대책 위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구조조정 관련 대책에 초점을 맞추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조폐창 조기 통폐합안이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1주일만인 지난해 11월25일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불법파업'에 돌입했다.
결국 진씨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은 파업을 촉발시켜 구조조정을 2년이나 앞당기면서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취중진담'으로 드러난 셈이다.
▲범행동기=검찰은 진씨와 강씨가 고교동문이라는 개인적 친분과 진씨의 공명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검 공안부장이란 요직을 맡은 진씨는 대내외적으로 자신이 뭔가 이뤄냈다는 업적을 남기고 싶어했고 이는 향후 인사와 자신의 입지 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시 11회인 진씨는 공안부장 자리에 이어 검찰내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지검장 입성을 노렸고 공공연하게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파장=검찰의 공안사령탑이 공기업 노조의 파업을 유도한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향후 대국민 신뢰는 물론 정치권, 노사관계, 검찰조직 등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파업유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파업유도가 사실로 드러난 만큼 당시 검찰수뇌부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며 공작의혹이 제기됐던 각종 파업사태에 대해서도 전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김태정(金泰政) 당시 검찰총장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사건을 원천적으로 재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도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검찰수사로 진씨가 사법처리되긴 했지만 앞으로 국정조사와 특검제 협상 등에서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검에 대한 사상 유례없는 압수수색이 실시되는 등 수사 과정이 투명하고 철저히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특검제 무용론'도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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