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시민단체에서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대구인의 기질'에 대해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이때 대구시민들은 '인정' '의리' '자존심' '전통'을 자랑스런 기질로 손꼽았다.
대구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대체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예부터 영남인은 인정이 많기로 정평이 나 있다. 유교적 환경에 영향을 받은 선비정신이 몸에 배였기 때문이다. 의리를 중시하는 기질 역시 이같은 선비정신에서 나왔다. 지금도 이곳 사람들은 족보를 따지거나 혈연, 지연 등을 인간관계의 중요 잣대로 삼는 경향이 있다. 텃세가 심하다는 말도 듣지만 남을 걱정하는 천성으로 보면 이해가 된다. 무뚝뚝하지만 인정이 넘치는 의리의 경상도 사나이가 이런 기질이다.
##대구의 기질
그러나 전통을 중시하고 온정적인 대구의 기질은 도시간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자칫 지역의 발전을 더디게 할 장애 요소가 될 때가 있다. 대구를 거쳐간 많은 기관장들이 대구 재임 기간 중 겪었던 애로로 혈연.학연 등의 관계를 잘 따지는 대구시민의 보수적 성향을 손꼽았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대구시민의 다소 배타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이 부족함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도시는 이러한 기질과 도시가 안고 있는 환경, 역사적 배경 등에 의해 그 특성을 드러낸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의 향토색도 이런데서 차별성이 나왔다. 이렇게 볼 때 한 도시의 발전은 그 도시가 지닌 특성을 얼마나 잘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따라 성장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국의 3대 도시로 자타가 인정해 온 대구가 지금 각 분야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인구수만 해도 올 하반기에는 인천에 3위 자리를 내줘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경제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시민 1인당 소득은 6대 광역시 중 꼴찌에 있고 경쟁력 있는 산업 하나 변변한 것이 없다. 이를 반증하듯 IMF체제 이후 대구경제는 빈사상태에 이르고 있다. 전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대구시민들은 아직 감을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대구의 시세가 위축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우려의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 조금씩 잃어
대구의 시세는 하루 아침에 나빠진 것이 아니다. 많은 해를 거듭하면서 경쟁력을 조금씩 잃어왔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 원인이 국가나 정치권에 있었는지 대구시나 지역기업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지금 따질 필요는 없다. 이렇게 나빠진 대구의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지구촌은 하루 생활권에 놓여있다. 대구의 경쟁력도 국제간 경쟁력이 없이는 살아 남을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와 있다.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대구민의 노력이 필요하다에펠탑과 몽마르뜨가 파리를 상징하듯 대구의 상징성을 찾아야 한다. 영국의 하이드파크가 명소라면 대구에는 팔공산을 국제적 명소로 키워야 하고 밀라노 패션을 동성로로 옮겨놓는 도시 특성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새로운 이미지 키워야
최근 대구에서는 모처럼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모든 면에서 뒤지던 대구가 전국 최고의 '숲의 도시'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특성을 잃어가던 대구에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측면에서 '숲의 도시'는 우리에게 상큼한 느낌마저 안겨준다. 250만명이 살고 있는 대구가 숲의 도시로 명성을 얻는 날 대구란 도시는 하나의 특성화를 얻게 된다. 숲의 도시를 계기로 대구가 새롭게 도약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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