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음반-필립스사 The Golden Years

스리(3) 테너가 한 무대에 설 때, 특히 콘트라베이스 같은 파바로티 옆에서 카레라스는 바이올린처럼 작아 보인다. 넘치는 카리스마를 감당 못하는 파바로티에 비해 그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우며 우수에 젖어 있다. 청중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배어나는 그의 아리아들. 외형적인 '왜소함'에도 불구하고 호세 카레라스라는 이름을 '빅 스리 테너'의 반열에 올려놓은 비결일 것이다.

필립스가 최근 발매한 'The Golden Years'는 올해로 53세가 된 카레라스의 모든 것을 들려주는 음반이다. 1976년 '어린' 카레라스가 부른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토스카 곡)을 비롯, 그의 생애 최고의 음반으로 꼽히는 82년작 '카르멘'(비제 곡, 카랴얀 지휘, 베를린 필 연주) 중 '그녀가 던져 준 이 꽃은', 지난 88년 백혈병과의 싸움에서 초췌하게 돌아온 후에도 결코 녹슬지 않은 열정을 보여줬던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헨델 곡) 등 41곡의 주옥같은 아리아들이 수록돼 있다. 푸치니, 베르디, 레온카발로 등 정통 오페라 작곡가들의 작품과 투병 이후 주력했던 크로스오버 뮤지컬 작품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의 레코딩 중 걸작들만 모아 놓은 베스트 앨범.

카레라스의 노래는 아무래도 밝고 화사한 분위기가 다소 처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것이 카레라스의 실력을 폄하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카레라스의 진수는 자신의 연인을 칼로 찔러 죽이는 '카르멘'의 돈 호세 같은 비운의 주인공이나 '라 보엠'의 로돌포가 내뿜는 서늘한 감수성에서 가슴 절절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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