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나누지 않고 한가족으로 살아간다. 혈연에 기초한 가족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공동체 가족'(Group Home)을 지향하는 신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7월 현재 대구·경북지역의 공동체 가족은 '천사들의 집' '국제 재활원 그룹 홈' '나눔 공동체' '실버 사랑의 집' '사랑의 울타리' '극복의 집' '한빛사회복지회 그룹 홈' '만민공동체' '노숙자 공동체' '할머니의 집' '한울타리 공동체'등 열댓집을 넘어서고 있다.
예수성심전교수녀회 소속 수녀들이 24명의 정신지체장애인과 함께 사는 '천사들의 집'은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사후 자녀문제로 고민하다가 상호부조 모임을 만든게 계기가 됐다.
'천사들의 집'(053-621-4032)에 사는 장애자녀들은 사회적응 훈련도 받고 이따끔씩 음악회도 가면서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산다. 이들 가운데 열명 정도는 학산복지관 장애자 재활작업장에 나가고, 대여섯명은 학교에 다닌다. 함께 살지는 않지만 이웃 성당 자매·학생들이 수시로 자원봉사를 나오고 밑반찬도 만들어주면서 살림살이를 거든다.
'사랑의 울타리'(053-583-8723)는 온누리교회 김영준목사가 출소자·가출소년소녀·지체부자유자 30여명과 함께 사는 보금자리이다. 연내 법인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랑의 울타리' 구성원들은 피를 나눈 가족에게서 받지 못하던 사랑을 공동체 가족에서 경험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때로는 출소자가 재범하는 어려움과 부닥치지만 김목사는 이미 50여명의 구성원을 결혼시켜 새가족을 이루도록 이끌었다.
장애인인권찾기회(회장 최창현)에서 꾸리는 '극복인의 집'(053-628-0986)에는 중증장애인 5식구가 살고 있다. 손발을 다 못쓰는 중증 장애인으로 31세에 처음 문밖 출입을 시작했고 32세에 모임을 결성한 최회장이 차영준·이재창씨 등 가족과 함께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재창씨는 곧 결혼을 하여 둥지를 떠날 예정이다.
고령 국제재활원(0543-954-4176)이 대구시 송현동의 한 아파트에 꾸민 그룹 홈에는 장애인 안길만·김성복·황만복·손상철씨가 사회복지사와 함께 살고 있다. "계속 시설에 살고 있으면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김은화 국제재활원장은 그룹 홈에 살면서 상당히 활발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들려준다.
국제재활원 그룹 홈 가족들은 반상회에 참석하여 지역주민들과 교류를 다지며 인근 성 요셉 성당과 지속적인 유대를 갖고 있다. 그룹 홈에 살던 한갑봉씨와 국제재활원에 살던 배종주씨는 얼마전 경북 안강에 있는 농촌형 그룹 홈인 '한울타리 공동체'(0561-762-3630)로 옮겼다. 이들은 한울타리 공동체에서 농사도 짓고 소도 키우며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왕욱 목사가 장애인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나눔 공동체'(053-638-8511), 장애인·노인들이 함께 사는 '실버 사랑의 집'(053-632-9273), 자원봉사단체인 한빛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그룹홈(053-958-7237), 가톨릭사회복지회가 꾸리는 대현동·용계동 2곳의 노숙자 공동체, 불교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할머니의 집(053-476-6631)도 공동체 가족에 속한다.
순수한 비혈연 공동체 가족은 아니지만 12가구가 모여 한가족으로 살아가는 야마기시즘 공동체(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구문천리), 별도의 두가족이 한아파트에서 같이 살며 서로 돕는 신종 공동체가족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인간의 소유욕과 이기심을 이길 수 있는 가족애를 사회로 인류로 확대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의 야마기시즘 공동체는 한농장에서 여러 가족이 같이 일하고 가사일을 나누며 아이도 함께 키우며 진짜 한가족처럼 살고 있다.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릴때부터 가까이에서 돌봐주는 어른들을 모두 부모처럼 여기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공동체 가족은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종교단체나 종교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일반인에 의한 그룹 홈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그룹 홈은 운영자에 따라, 또 인가나 미인가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운영되고 있다.
혈연 중심의 가족질서가 강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미 공동체 가족은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다.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수석연구원은 "가족생활의 단위를 반드시 부부중심의 핵가족이나 혈연중심의 자연적 가족 등 어느 한가지로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며 여러가지 생활조건과 처지에서 다양한 생활공동체를 개발시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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