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장이 여성심리 말한다

전업주부에게 화장은 가부장적 삶의 무게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일종의 자원이며, 직장여성에게 그것은 능력에 대한 신뢰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라벌대학 피부미용과 겸임교수 이현주씨는 계명대 석사학위 논문에서 연령별·계층별·시대별로 화장의 소비 방식과 의미화가 차별화된다고 말한다.

남편문제·자식문제·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혼여성의 경우, 화장으로 변화된 모습이 찌든 삶에서 탈출하도록 해주며, 때로는 귀부인으로 대접받는 즐거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반면 신세대들은 화장을 경제적 권력 획득을 위한 하나의 투자라고 여기며 날라리 여성들은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각인시키는 방편으로 사용한다.

"전통사회에서 화장이 남성에 대한 여성성을 강조하는 의미였다면 근대에는 여성해방이나 성적 해방을 표현하는 수단이었고 현대에 와서는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이씨는 최근 들어 화장과 외모가꾸기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한다.

화장의 의미는 시대별로 달라지는데 로마시대에는 남녀 모두 화장을 했으며, 중세에는 화장을 신에 대한 모독과 자기 본연의 얼굴을 가리는 악마의 모습으로 간주되어 금기시하였다. 르네상스때는 남성과 여성 모두 과도한 장식과 화장을 했고, 20세기초에는 진한 화장을 곧 부도덕한 행실로 여겼다.

60년대에는 히피 등 새로운 청년문화의 등장으로 진한 아이라인·인조속눈썹·염색 가발 등이 등장하여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이미지를 전했다.

페미니즘이 일기 시작한 70년대에는 화장·패션의 틀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여성해방을 이룰 수 있다며 전혀 화장하지 않은 자연스런 모습이 강조됐다. 70년대말 펑크의 등장은 창백한 얼굴표현, 검은색 입술표현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와 지배질서에 대한 저항을 드러냈고, 80년대 여피족은 부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화장을 통한 적극적인 자기연출에 열중했다.

90년대이후에는 특정 스타일보다는 과장된 아이라인이나 히피풍의 흐린 입술화장과 같은 복고풍, 소피 마르소풍의 내추럴풍, 거의 화장을 하지않은 듯한 누드화장 등이 공존하고 있다.

이처럼 화장이 시대를 반영한다는 이씨는 "전형적인 여성성에 기초한 화장이 아닌 대안문화로서 화장문화는 시작단계이며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식으로서의 화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마무리지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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