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글라 노동자 시라쥴씨의 '귀향'

"한국에서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도와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이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27일 오후 노숙자 쉼터인 대구시 중구 동인동 '선한 사마리아인의 집' 이곳을 운영하는 김경태 목사와 봉사자들이 오른팔에 의수를 낀 방글라데시인 노동자 모하메드 시라쥴(34)씨를 둘러싸고 환한 웃음을 나누고 있었다.

지난 96년 한국에 온 시라쥴씨는 97년 5월 경북 구미시의 한 기계제조업체에서 일하다 안전장치가 없는 프레스에 오른 팔목을 절단당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업체 사장 여모씨가 지난해 6월 시라쥴씨 명의의 통장에 입금된 산재보상금 3천200여만원을 챙겨 달아나면서 업체가 부도나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매일신문 98년 7월11일자 17면 보도)

절박해진 시라쥴씨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집' 문을 두드렸다. 김목사는 곧 그의 딱한 사연을 언론사에 알리고 복지단체에 호소문을 보내는 등 발벗고 나섰다. 또 시라쥴씨의 확인을 거치지 않고 산재보상금을 입금한 근로복지공단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4월 한가닥 기대를 품었던 민사소송에서 패소,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듯 했다. 고국의 가족들에게 산재 피해를 알리지도 못한 채 쉼터에서 용돈으로 나오는 10만원 중 7만원을 송금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달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탄원서를 보냈던 롯데복지재단에서 위로금 1천만원과 귀국 항공권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성금도 300여만원 전달됐다. 게다가 달아났던 사장 여씨도 자신이 횡령했던 산재 보상금 중 1천300만원을 돌려주고 나머지도 형편이 되는대로 갚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제 사연을 들은 한국인 노숙자들이 함께 울며 격려해주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자리를 잡으면 한국에 다시 한번 꼭 올 생각입니다"

고향에서 슈퍼마켓이나 방앗간을 운영할 계획인 시라쥴씨는 오는 31일 방글라데시행 비행기에 오른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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