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다. 모르는 구절도 만 번 읽으면 뜻을 깨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공부에는 분명 왕도가 있다. 무작정 읽는 것보다 이해를 하며 전략적으로 공부해야만 시간과 정열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는데도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을 볼 수 있다. 반대로 매우 열심히 하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도 본다. 그 차이는 머리의 좋고 나쁨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학자가 쥐를 갖고 실험을 했다. 그는 쥐를 미로 상자에 넣고 먹이를 찾아가도록 했다. 쥐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먹이를 찾아가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학자는 실험 결과를 의심했다. 만약 진짜 미로라면 반복해서 시도한다고 길에 익숙해질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연구 끝에 학자는 쥐가 길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쥐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출발에 앞서 마음 속으로 지도를 그렸을 것이다. 그러다 길이 막히면 마음 속 지도와 비교하며 길을 찾았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비결은 한 마디로 예습이다. 예습은 복습보다 10배는 중요하다. 예습한다고 해도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복습없이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쥐가 미로를 앞에 두고 길을 예상하듯 어떤 과목의 내용을 학교에서 배우기 전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배울 내용을 미리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습은 전체 구도가 어떻게 이루어졌나를 파악하는 것이고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야 전체 구도 속에서 새로운 지식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고 수업 시간에는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습은 참고서가 아닌 교과서로 해야 한다.
예습은 수업 전날이나 방학 때 한다. 먼저 학과 제목을 음미하고 머리말을 숙독한다. 가능하면 차례는 모두 외워 전체 관계를 파악한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개요나 주안점도 미리 읽어 배울 내용을 예상해 본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외우는 공부가 아닌 이해하는 공부가 돼야 한다. 주기도문을 10년 이상 읽어도 책이 없으면 외우지 못할 수도 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수백번 불러도 모니터 화면에서 가사가 나오지 않으면 부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매일 자기 집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문색깔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모두 무의미한 반복은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널리 퍼진 공부방법 중에서 반복해서 쓰고 읽게 하는 것이 있다. 이는 전혀 효과 없는 방법이다. 진짜 공부하는 방법은 머리 속에서 뜻을 음미하는 것이다. 머리 속에서 학과목의 전체 윤곽을 떠올리고 각 장과 절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그려보는 것이다. 잘만 하면 머리 속에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수도 있다.전체적인 이해가 되어야만 논술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래야만 창의성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사람만이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가진 2000년대의 바람직한 인간형인 것이다.
머리는 좋은데 집중력이 없어서 공부를 잘 못한다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그 학생이 오락을 하거나 TV를 볼 때도 집중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오락이나 TV는 이해되지만 공부는 이해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집중력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성취감을 못느꼈다는 말이다.
성취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문제가 해결되어야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성취감을 느끼면 집중할 수 있다. 결국 공부는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사고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원리가 적용된다. 아는 지식이 많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더 쉽게 더 많이 알게 된다. 따라서 배경지식을 늘리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백과사전이라도 찾아서 알고 넘어가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공부 잘하기를 기대한다. 학원이나 과외에 보내기도 하고 집에서도 책만 붙잡고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자녀들도 공부를 잘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녀가 공부방법이 잘못돼서 고생만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힘쓴 만큼 성과가 없어 흥미를 잃었을 수도 있다.
책상 앞에 꾸준히 앉아 있는데도 성적이 기대 만큼 나오지 않는 학생, 언제나 산만하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 과외나 학원을 그만두면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 이런 학생들은 모두 공부방법을 바꿔야 한다.
박형원(한국사고학습전략 연구원장)
※이번 주부터 한국사고학습전략연구원 박형원 원장의 '공부방법 배우기'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박원장은 지난 81년 최초로 학습전략 전문학원을 개설, 운영해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5만명에게 학습전략과 사고전략을 교육해왔습니다. 심리학과 교수, 박사 등 10여명의 지속적인 자문을 통해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박원장의 지상강의에 학생과 학부모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박형원 원장 인터뷰
한국 사고학습전략연구원 박형원 원장의 공부방법 배우기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고교 1학년 때 하숙집에서 연탄가스에 중독된 이후 기억력이 급감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대학도 심리학과를 선택하게 됐고 스스로 깨우쳐가며 나름대로 이론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균관대 이정모 교수를 비롯한 관계 전문가 10여명을 만나게 됐고 꾸준히 조언을 들어왔다.
지금까지 15년 정도 학습법에 대한 강의를 해온 박원장은 '문제해결력'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적한다.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해결책도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장의 공부방법 배우기 프로그램은 예습·복습 습관화를 통해 자기 학습력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학습전략과 사고전략으로 구분, 학습전략은 습관·이해·기억·속해 등으로 구체화하고 사고전략은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소개한다.
"제 강의를 들은 뒤 성적이 올랐다거나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는 인사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대구 분들에게는 아직 학습전략이 생소하겠지만 서울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입니다. 방학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한번쯤 익혀두고 따라해볼 만 하리라 생각됩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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