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붉은 경고문구가 선명한 책표지, 여성잡지처럼 아무나 내용을 볼 수 없도록 아예 비닐 랩으로 밀봉된 책.
이같은 특별조치(?)가 취해진 한 권의 소설이 출판계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씨엔씨미디어사가 번역출간한 문제의 소설은 일본작가 하나무라 만게츠(花村萬月·44)의 신작 장편 '울'(鬱). 소설 '게르마늄의 밤'으로 지난해 일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다. 전례없는 이중 보안장치로 독자, 특히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이 소설은 포르노에 버금가는 극단의 섹스와 폭력을 그대로 노출시킨 작품이다. 훔친 여성 속옷에 정액을 묻혀 주인에게 다시 돌려 보내기, 이유없이 이웃집 갓난아기를 바닥에 떨어뜨려 죽이기, 밤길에 지나가는 여자를 위협해 옷을 벗긴후 항문을 만지고 칼로 긋기, 죽인 동거녀의 시체를 소태처럼 짜게 만들어 먹기….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행위와 변태적 성행위가 역겨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이처럼 충격적 소설쓰기를 특기로한 하나무라는 우리 출판계에서 요주의 인물이다. 지난 5월 간행물윤리위원회가 18세 미만 구독불가 판정을 내린 바 있는 그의 소설 '게르마늄의 밤'은 지난달 1일부터 비닐 랩을 씌우고, '18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빨간 스티커를 붙인 후에야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성년자에게 판매할 경우 최고 3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경고와 함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일본측 반응은 사뭇 시비조다. 일본의 시사잡지 '슈칸 분슈ㄴ'(週刊文春)은 지난 6월17일자 특집기사에서 '게르마늄의 밤'에 대한 한국측의 사실상 발매금지를 고발했다. 이 기사는 이 소설에 내려진 청소년 구독불가 판정에 대해 "이같은 조치가 정말 한국국민에게 이로운 것일까?" 라며 되묻고 있다.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받은 '귀중한 문학작품'을 왜 한국에서는 벌레보듯 하느냐는 어투다. '일본문화의 개방은 한국민에게 이로운 것이고, 한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일본식 논리를 깔고, 한국의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게르마늄의 밤', '울'에 대한 문학적 평가야 어떻든 하나무라의 소설은 우리 정서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울'만해도 소설가 지망생인 주인공 히비키와 여고생 유미에, 그녀의 친구 요코, 히비키의 동거녀인 혼혈아 유키코를 중심으로한 파격적인 일탈행위의 반복으로 메워져 있다. 낯뜨거울 정도의 성애 묘사와 가학적 이상심리가 일관되게 그려져 있다. 반면 '악마적 사변의 이면에서 처절하게 피 흘리는 도덕과 윤리에 대한 인간의 의지'라든가 '성에 대한 자유로운 가치관, 시공을 넘나드는 상상력, 벽돌이 바스러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파괴적 문장…'과 같은 리뷰도 눈에 띈다.
'읽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다양한 문학적 상황 전개나 자유로운 출판 환경조성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울'과 같은 일본소설의 번역출간이 어느정도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문화의 본격적 개방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찮게 대두되고 있다는게 '울'을 둘러싼 우려의 시각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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