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동료들이나 학생들에게 인기가 무척 높은 교수가 있다.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체구가 건장한 것도 아닌 사람이다. 오히려 외모로만 본다면 왜소해서 볼품없는 편에 속한다.
인기가 높아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이 사람이 영웅담처럼 남들에게 곧잘 이야기하는 두 개의 우스개 에피소드가 있다. 하나는 한창 열애에 빠져 있던 대학 학창시절때 이야기다. 자식의 공부를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던 어머님께 도서관에 간다고 핑계삼아 집을 빠져 나온 후, 데이트할 요량으로 여자친구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불운하게도 연세가 지긋한 여자친구의 어머님인 듯한 중년의 여자분이 전화를 받았다. 용기를 내서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여자친구를 바꿔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그러자, 그런 사람이 없다는 무심한 답변이 들려왔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잠시후, "혹시 전화거신 분, 아무개씨 아닙니까?"라는 상대방의 반문과 함께 떨어지는 불호령! 상대방은 다름아닌 그 사람의 어머님이었고 데이트를 하려는 급한 마음에 자기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는 에피소드다.
다른 에피소드는 미국유학 중 일이다. "파 한단 좀 사다 달라"는, 바삐 일하는 안사람의 부탁을 받고 슈퍼에 갔다. 한국처럼 미국도 여러 뿌리의 파를 묶어서 다발로 판다. 그러나 이 친구는 파다발에 묶여 있는 줄을 굳이 풀어서 안사람이 말한 곧이 곧대로 파 한 뿌리만을 꺼낸 후 계산대에서 무안을 당했다는 이야기다.
이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평범한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경험하기 어려운 해프닝이란 것이다. 약간은 엉뚱하고 어리숙한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에피소드다. 사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어리숙하고 뒤처지는 듯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자주 행하는 편이다. 이 점이 바로 이 사람의 인기에 대한 성공비결인 듯 하다. 자신의 모자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이 사람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친근하고 넉넉함을 발견하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유난히 난 사람이 되어야함을 강요하고, 우리 모두가 잘난 척 하는데 익숙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가식성을 훌훌 털어버리면 어떨까?
〈영남대 교수·매체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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