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경찰 방범능력을 높이는 길

이번 '신창원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걱정스러운 점은, 신창원씨가 몇 십 차례의 강·절도를 했어도,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가 드물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현상의 맞은 편엔 우리 경찰의 딱한 모습이, 특히 아주 낮은 방범능력이, 놓여 있다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꺼린 까닭들은 물론 여러가지일 것이다. 피해 신고는 범죄와의 싸움에서 이기는데 필수적이며, 자연히 빠르고 상세한 피해신고는 중요한 공중 도덕이라는 사실을 우리 시민들이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도 있고,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하지 못한 경우도 많을 것이고, 신분과 재산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고한 사람이 드물었다는 사정의 밑바닥엔 시민들의 경찰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시민들은 피해를 신고해도, 경찰이 범인들을 잡아서 빼앗긴 재산을 찾아주리라고 믿지 않는다. 경찰이 신고한 사람들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리라고 믿지도 않는다. 갖가지 범죄들을 숨기고 축소하는 경찰의 행태에서 드러나듯, 경찰이 실은 신고를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것 까지도 시민들은 안다.

따라서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우리가 마음을 써야 할 핵심적 사항은 경찰의 방범능력을 높이는 일이다. 신창원씨의 행적과 성격, 그에 대한 동정적 여론과 같은 주제들은, 비록 흥미롭지만, 부차적 중요성만을 지닌다.

경찰의 방범능력을 높이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조치는 경찰의 부패를 씻어내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부패의 수준이 아주 높은 사회이므로, 우리 경찰의 부패 수준은 원천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현재의 부패 수준은 너무 높다. 안타깝게도, 경찰의 개혁은 무척 힘들다. 경찰이 권력을 집행하는 기관이므로, 정권을 쥔 사람들도 선뜻 경찰의 개혁에 나설 수 없다. 자연히 경찰의 부패를 씻어내는 데는 경찰이 스스로 나서야 실질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지금 경찰은 최소한의 독립된 수사권을 요구하면서 지나치게 썩은 부분을 잘라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 의지가 보다 넓고 깊은 자정 노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엔, 범죄에 관한 정확한 통계자료를 갖춰야 한다. 우리 사회의 부실과 비효율을 낳은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많은 부문에서 통계자료가 갖춰지지 않았거나 부실하다는 점이다. 우리 경찰이 내놓는 범죄에 관한 통계자료는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만큼 부실하다. 그렇게 부실한 통계자료로는 방범활동을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통제할 수 없다.

셋째, 경찰의 자원을 폭력적 범죄들과 싸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살인, 강간, 강도, 폭행과 같은 폭력적 범죄들은 시민들의 삶을 가장 크게 위협한다. 지금 경찰은 매춘과 같은 '피해자 없는 범죄들'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쏟고 있다.

넷째, 경찰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경찰 업무의 큰 부분을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 업무에서 본질적 부분만을 지니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외주(outsourcing)하는 것이 앞선 사회들에서 점점 두드러지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민간 치안(private security)이 상당히 커진 터라, 경찰과 민간 치안 사이의 분업과 협력은 진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직업은 고귀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찰관들은 시민들로부터 감사와 존경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런 이상과 현실사이의 틈은 경찰의 방범능력이 크게 높아져야 비로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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