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달의 관계는 예로부터 뗄수가 없었다. 신비로워 시인 묵객의 화제로도 널리 애용되었지만 달력을 만들고 농사에 이용하는 등 달을 응용한 과학은 인간의 지혜를 넓혀주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달을 에워싼 이야기들도 지천으로 전해 온다. 달은 모든 천체들중 지구와 가장 가깝고 하늘에 늘 보이는 천체중에서 날마다 그 모습이 바뀌는 유일한 천체다. 옛 사람들은 그래서 달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여겼다. 한 달에 한번씩 태어나고 자라고 절정에 이르렀다 늙어 죽는다. 그럴때마다 아름다운 이름들이 붙여졌다.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 뭐니 해도 달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것은 크레이터(crater). 울퉁불퉁하게 생긴 지형으로 흔히 분화구라 일컫는다. 우리 동요속에 나오는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의 그 계수나무와 토끼가 바로 크레이터다. 그렇지만 달은 지구를 한번 공전하는 동안 한 번밖에 자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같은 면이 지구쪽을 향한다. 그래서 크레이터가 옛사람들의 눈에 옥토끼로 비쳐졌기 때문에 아직도 옥토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런 달도 지난 69년 미국의 우주 비행사 닐 앨던 암스트롱이 첫 발을 내디디면서 공기도 물도 없고 생명체도 살지 않는다는 것이 판명돼 신비감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밤이면 달을 바라보는 맛은 여전하다. 지난 28일 초저녁에는 두시간을 넘게 세기의 마지막 월식이 이뤄지는 하늘을 천문광들은 응시하기도 했다. 97년 교통사고로 숨진 미국의 천체지질학자 진 슈메이커의 유해가 달의 한 분화구에 안장된다. 평생을 태양계연구에 바친 그는 우주충격학을 창시해 아폴로 우주선 승무원들에게 달 착륙의 극대화를 꾀하는 등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말이 안장이지 지난해 1월 그의 화장된 유해를 실은 루나 프로스펙터호가 1년반만의 여행끝에 내일 달의 분화구 속으로 날아가 충돌, 캡슐속의 유해와 함께 묻힌다. 달이 인류 최초의 매장지가 되는 셈이다. 옥토끼대신 무덤을 보아야 하는 시대가 무상하기만 하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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