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자가 바라본 새백년 새천년-(4)쇼핑

2007년 7월29일 아침 7시. 평소 똑소리 나는 쇼핑감각을 자랑하는 미스쇼핑은 일어나자마자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켰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남자친구의 생일선물을 고르기위해서다.

우선 컴퓨터 사용서비스인 도우미를 찾았다. 음성인식 기능을 가진 컴퓨터라 미스쇼핑은 도우미에게 " 27세 직장인 남성에게 적당한 생일 선물은?" 하고 묻자 도우미는 즉시 넥타이 지갑 필기구 등을 제안. 아무래도 넥타이가 적격일것같아 '넥타이'를 선택하자 도우미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넥타이를 가격과 함께 화면에 번갈아 보여주었다. 미스쇼핑은 밝은 하늘색 넥타이가 마음에 들어 '선택'이라 말함으로써 물건 고르기는 끝.

미스쇼핑은 신용카드를 컴퓨터의 카드판독기에 넣어 바로 결제를 마쳤다. 그녀가 남자친구의 생일선물을 선택하는데 걸린 시간은 3분. 바쁜 출근시간에 고민거리 하나를 해결한 그녀는 발걸음도 가볍게 출근길에 나섰다.

일을 마치고 퇴근한 미스쇼핑은 집앞에 우체통처럼 생긴 지능배달박스로 다가갔다. 암호화된 신용카드를 넣자 문이 열리면서 피자향기가 솔솔. 낮시간에 시킨 피자한판이 먹기에 적당한 온도를 유지한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스쇼핑은 불과 몇년전 배달시간에 맞춰 집에서 기다리는 불편이 이젠 정말 옛날 이야기라고 잠시 생각한다.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언니는 컴퓨터에 몰두해 있다. 자세히 보니 시뮬레이션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옷을 입어보고 구두를 신어보는 효과까지 즐기며 한창 물건을 고르는 중이다.

또 하나의 골드러시로 불리우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출발신호도 없이 정글속의 질주가 이미 시작된 전자상거래가 21세기 쇼핑변화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김익성 대구·경북 전자상거래지원센터 사무차장은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전자상거래는 전화나 텔레비젼 자동차 발명 전체가 인간사회에 변화를 끼친것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다 줄것" 이라고 단언한다.

전자상거래는 생활방식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지불수단을 요구, 금융산업의 변화를 가져오고 국경없는 시장개념으로 전세계를 하나의 쇼핑공간으로 묶는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21세기 쇼핑은 전자상거래'라고 예견하고 있는것은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때문. 산업혁신을 불러온 전기가 미국가정에 25%수준으로 공급되는 데는 46년, 전화는 35년, TV는 26년이 걸렸다. 그러나 인터넷은 7년도 안돼 이같은 목표를 달성했다

송유진 동국대학교정보산업학과교수는 " 미래 쇼핑은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서 대리점이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다" 고 전망한다. 또 백화점도 21세기에는 백화점 상점과 가상상점을 겸하게 되고 슈퍼마켓 역시 집안 컴퓨터에서 직접 물건을 고르고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될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들은 슈퍼마켓을 가지않고도 텔레비젼 앞에 앉아서 식료품가게의 진열대를 보고 스크린을 투과할 특수장갑을 낀채 케첩병을 집을 수 있다. 상품설명과 가격은 스크린의 위쪽 구석에 나타나고 쇼핑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전자화폐로 계산하면 끝.

직접 슈퍼마켓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서는 쇼핑카트 핸들에 가로세로 각각 20센티인 평면 비디오스크린이 달려 진열대를 지날때마다 스크린에 상품의 특징과 요리법을 가르쳐준다.

이같은 가상공간에서의 쇼핑에는 화폐가 무용지물. 전자화폐나 인터넷 신용카드가 이를 대체한다. 디지털 상품권, 인터넷 신용카드, 전자수표 등 전자상거래용 신종화폐들이 등장, 머지않아 강도가 '돈 내놓아라' 는 대신 '카드 내놓아라' 는 날이 올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폐뭉치를 손에 쥐는 즐거움은 옛말.

화폐가 사라지는 세상. 컴퓨터만 있으면 안방에서 말로 혹은 버튼으로 먹고 입는것이 해결되는 시대가 펼쳐지는것이다.

우리가 한창 ' 아버지는 나귀타고 장에가시고…' 노래를 부르던 시절인 68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슈퍼마켓이 등장한 이후, 불과 40년도 지나지않아 안방서 쇼핑을 해결할 수 있고 그것도 화면을 통해 실제와 똑 같은 경험을 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7월 국내서 처음으로 열린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이들은 대회가 끝나자 이렇게 외쳤다.

"컴퓨터로 생존은 가능했지만 정말 사람이 그리웠다"고. 혹시 21세기는 전자상거래에 지친 쇼핑객들이 사람이 그리워 꾸역꾸역 시장에 몰리는 바람에 재래시장이 오히려 특수를 누릴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金順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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