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 에세이-별을 보고 싶다

별은 밤하늘 높이 떠서 사람들의 꿈을 이끌어 주거나 소망을 키워주기도 한다. 슬픔을 달래주는가 하면 그리운 누군가를 곁에 있게도 해준다.

저렇게 아름답게 떠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별들도 처음에는 미성숙한 어린아이처럼 차가운 먼지와 가스로 존재했을 뿐이다. 먼지와 가스로 형성된 암흑 성운이라 불리는 성간 분자구름은 밀도와 회전, 온도 등의 여러 조건에 의하여 가스 덩어리로 분열하면서 원시별로 서서히 진화하게 된다. 사람도 가정과 학교와 사회라는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별들의 일생과 다름없다. 이기론(理氣論)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주의 원리가 인간의 존재원리와 같다는 것쯤은 알만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계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교육계 내부에 꼬여 있는 문제를 뜯어고칠 개혁적인 비전문가 장관은 혜성처럼 나타나서 시급한 개혁안을 숨가쁘게 제시했다. 촌지 근절, 학교운영위원회의 법제화, 교원의 정년 단축, 대학입시제도 변화와 그로 인한 수행평가 등이 그것이다. 유성 같은 걱정의 꼬리를 길게 흘리면서 뿌려대는 개혁안들은 착실한 준비를 거쳐도 쉽지 않을 문제다.

◈유성 꼬리 같은 교육개혁

엄청난 과제를 불과 일년 남짓한 기간에 숨가쁘게 몰아쳤으니 어느 하나 제대로 될 리 만무하겠다. 모두가 시행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나 경제적 논리나 일방적 지시로 교사들을 무능하고 부패한 집단으로 흔들어대면서 몰아부친 개혁이 우주의 질서처럼 운행이 잘 될 리가 없음은 처음부터 예견했던 터이다. 도와 압력과 온도가 적당할 때 분열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가스 덩어리가 차츰차츰 별이 되듯이, 자발적 성찰과 뚜렷한 의지를 부추기면서 합리적인 자극으로 성과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교육현장의 생리가 아닐까. 왜 그렇게 되지 않는 걸까. 그 내막은 빤히 알조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그것이다. 교육계에서도 단기간에 성과를 보자는 블랙홀 같은 정치적 의도가 깔렸음을 생각하니 별도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을 보는 것 같아 허망하기 이를데 없다.

우리가 쳐다보는 별들을 자세히 보면 제각기 크기와 밝기와 빛깔이 다르다. 이들이 한 여름밤의 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것이다. 사회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개성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교사들에게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수행평가다. 철저한 준비도 없이 수행평가를 무조건 인터넷이나 백과사전을 이용하지 않으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만 잔뜩 제시하니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은 일주일에 몇번씩 동네 게임방에서 해결하거나 온 가족이 매달리다가 포기하고 급기야는 사설학원으로 달려가 해결한다는 얘기도 뒤숭숭하게 들려온다. 과밀 학급에 잡무에 졸속에 무대책에 교사들은 이러다가 말겠지 하는 체념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정상화는 입시제도 개혁으로 가능하고 새 입시제도 개혁의 핵은 수행평가다. 어수선한 시도로 다가온 수행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원론에 동의한다면 시행과정상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시대의 소명이다. 이 제도가 제 궤도에 진입하여 행성처럼 정상적인 주행이 이루어지도록 교육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분발해야겠다. 이것이야말로 새 천년을 준비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닌가 한다.

◈이름없이 반짝이는 별

많은 교사들은 이름없이 반짝이며 순항하는 별처럼 수행평가를 묵묵히 실시하며 교육계라는 소우주를 순항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천년을 보내는 마지막 이 여름에 밤하늘을 우러러 별들을 보고 싶다. 교사가 변하면 교육이 변하고 교육이 변해야 미래가 있다는 진리의 항로를 흔들림 없이 운항하는 별들을!

반짝이는 별처럼

운석 같은 지시

새 천년의 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