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락(伯樂)은 원래 천마(天馬)를 주관하는 별의 이름이었다. 대부분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그렇듯, 명군(名君)이나 현상(賢相)에게 자신이 제대로 평가받는 일은 명마가 백락을 만나 그의 가치를 인정받는 만큼이나 흐뭇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른바 백락일고(伯樂一顧)의 고사다. 프로야구 삼성의 '라이언 킹' 이승엽은 2일 한국 프로야구 18년사를 다시 쓰게 한 43호 홈런의 장거를 이룬 후 자신의 백락인 백인천(白仁天)감독을 먼저 떠올렸다. 백인천은 96년, 삼성에 부임후 기술측면에선 타격과 상대투수들의 볼배합을 읽는 방법을 가르쳤으며 정신적으로는 '너는 항상 최고'라는 무형자산을 불어 넣었다. 그 뿐이 아니라, 온종일 야구만 생각하고 밤도 지새우고 노력하는 그 자신의 프로근성이 보태져 환골탈태한 이승엽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짜릿했던 2일 밤의 8시12분 5회말, 롯데선발 문동환의 142㎞짜리 초구가 가운데 높은쪽으로 쏠리는 순간에 들렸던 '딱'하는 소리는 수재와 태풍으로 시름속에 잠겼던 국민들을 일시에 '카타르시스'저쪽으로 몰아넣었다. 소도 한번 빠진 구덩이엔 다시 안 빠진다는데 같은 지역에서 1년을 뺀 3년동안 세금꼬박내는 국민들을 내리 흙탕물로 몰아넣은 당국과 정치인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는 판에 이 일이 야구만으로 끝날 일인가. 라이언 킹이 상대투수의 구질을 공부하기 위해 비디오 분석과 순간 순간의 메모까지 보태 승부구와 투구패턴을 머리속에 입력시킨 정성이 범상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우리사회에 제대로 된 프로들이 너무 귀하기 때문이다. 그와 한때는 팀동료였던 해태의 양준혁은 "그의 방망이 궤적은 홈런을 치기에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힘아닌 기술로 홈런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에 다름아니다. 23살짜리 청년에게 지금부터라도 배우려 든다면 아직은 늦지 않을 것 같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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