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3공시절 당시 공화당 재정위원장 자리에 앉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김성곤(金成坤)의원은 야당측이 제출한 오치성내무장관 불신임 결의안에 동조, 통과시킨후 정계를 은퇴해야만 했다.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끝내 그를 용납않은 탓이었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여당의원이 여당총재인 대통령에 맞서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도 후환을 입지 않고 정치생명을 연장한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원범(李元範)의원이 3일 국회에서 행한 현안질문은 여당의원으로서는 감히 상상키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는 내각제 포기를 '희대의 사기극'이라 규정하고 "내각제 한다고 합의문에 사인하고 칵테일 마시고 기념사진까지 찍더니…국민을 미혹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 후 "거짓말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국민은 사기극에 현기증을 느낀다"고 했다. 이의원은 또 2여(與) 합당론에 대해 "팔다남은 썩은 생선의 이름을 고쳐 파는게 합당이냐"고 격렬하게 꼬집기도 했다. 아무리 공동여당이라지만 명색 여당의원이 국회 공개회의에서 대통령 비난을 이처럼 까놓고 강도높게 하기는 이것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문제의 발언을 한 이원범의원은 11대때 민한당의원으로 원내에 진출한 이래 지금까지 원외로만 돌다가 15대 국회에 대전서갑 선거구서 자민련으로 JP바람을 탄 재선의원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말이 재선의원이지 정치경력은 최고참의원급이다. 이런 경력의 그가 자신의 정치생명의 사활이 걸릴 수도 있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을 때는 그만큼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만 같다. 혹시 이제 우리의 여당도 당총재의 잘못을 내놓고 비판해도 괜찮을 만큼 민주화 됐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판저판 끝난판에 말이나 시원하게 해보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내용의 진위는 그만두고라도 여당의원의 신랄한 대통령 비판발언은 국민들에게 일말의 청량감마저 준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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