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오후, 세련된 인테리어의 카페나 바(bar)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여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얀 타일과 잘 어울린 그녀의 가늘고 긴 다리는 더없이 섹시하다.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 그녀와 얘기나누고 싶은, 아니 그녀의 선정적인 입술을 훔치고 싶은 충동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우리, 극히 보수적인 남자들은 어처구니없게도 그런 욕망을 차곡차곡 접은 다음 이런 위선의 말들을 잘도 던져댄다. "여자가 무슨 담배야. 집구석에 처박혀 살림이나 잘 할 것이지"
예전부터 여성은 빈자(貧者)였다. 구시대의 여성상, 즉 경제적 능력의 결핍과 그로 인한 남성 종속은 여성들의 의식을 노예상태로 전락시켜 버렸다. 남성을 위해 밥 잘 짓고, 자식 농사 잘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려 자신이 간직한 꿈과 이상을 옷고름 접듯 접어야만 했다. 오죽했으면 '구시대의 여자들은 모두 창녀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독기어린 정의가 이 시대의 여성들을 경악시키고 있을까.
굳이 창녀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과거의 여성은 찬미는 커녕 사회적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으며, 그러한 성적 차별이 잠재된 멸시와 냉대는 오늘날까지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와서 그 모습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가정에서도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정치·사회적으로 여성의 역할과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여성은 빈자가 아니다. 연봉이 2억인 여자보험설계사가 등장해 미디어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스포츠계에서 가장 연금 포인트가 높은 여자 스케이트선수가 포스트 사마란치를 꿈꾼다. 이렇듯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진출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다수의 여성이 능력에 따라 찬미받고 존경받는 사회….
그렇다면, 오늘날 여성들이 입에 담배를 물고 도심을 서슴없이 활보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지위의 상승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무언의 시위가 아닐까? 물론 그 담배 한개피가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가를 조목조목 따지기 전에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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