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쓸모없어진 춘하복, 눈이 오지 않는 겨울, 4월부터 시작되는 무더위와 모기떼의 극성, 비를 구경할 수 없는 장마철, 때를 가리지 않는 예측불허의 게릴라성 집중호우....
이때문에 천문대기학자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기상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기상이변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와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나서 비슷한 기상현상을 체험하고 있는 중국 등 주변국가들과 범아시아적 협조체제를 구축해 장기예보 등에 관한 공동연구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상청의 박정규 장기예보관은 "일례로 우기(雨期)가 바뀐다면 댐의 물저장, 방류기간을 새롭게 조정해야 하는 등 기존의 질서가 완전히 변화돼야 한다"면서 "최근의 기상재해를 보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범아시적 공동연대를 통해 기상문제를 심도있게 연구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연세대 이태용(천문대기학과) 교수는 "단지 몇년간의 현상으로 이런 이상기후가 완전히 고착화 됐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기후형태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근 들어 국지적 집중호우가 자주 나타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규명은 힘든 실정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소한 2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양쯔강의 홍수 등 전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는 이상기후에 대해 기상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장기적 기후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4년간 지속적으로 이상 난동현상이 나타났고 전세계적으로 지구표면온도가 상승추세에 있음이 관측자료들에 의해 제시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주장은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으나 여러 가지 관측자료들은 현재 지구상에서 지구온난화가 실제 나타나고 있다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고있다.
21세기를 앞두고 기상이변이 이렇게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으나 국내 천문대기 연구예산 및 기상관측장비는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어서 문제로 지적되고있다.
우리나라의 기상청의 예산은 560억원에 불과하다. 이가운데 4분의 3이상이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한 수치예보가 국내에는 91년에야 도입돼 재해를 가져오는 악천후를 예보하는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100만명당 기상인력은 미국 80명, 일본 50명, 영국 44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2명에 불과하다.
장비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관측소는 지상 20㎞마다, 고층에는 200㎞마다 설치돼 있어 입체적 파악이 어렵다. 남서해상과 산악지역은 관측공백으로 남아있다. 대기의 상승운동 등을 파악해 집중호우를 예측할 수 있는 고성능 레이더가 전국에 다섯군데 밖에 설치돼 있지 않으며 빠른 계산을 통해 조기예보시스템을 가능하게 해주는 슈퍼컴퓨터 1대가 올해 처음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태용교수는 "기상이 예전의 패턴과 달라지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슈퍼컴과 아울러 고성능 레이더및 인공위성 등의 관측장비, 수치예보모델 등을 갖추면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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