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나라를 총체적인 부패공화국으로 표현한 문구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는 표현이구나 하며 지나쳤지만 요즘들어 어쩐지 이 땅이 정말 부패공화국화 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상념마저 갖게 될때가 많다.
힘깨나 쓰는 자리에 있다면 으레 뭉칫 돈 받아쓰기 예사고 여차직 하면 쇠고랑 차는 사람이 각계각층에 줄을 잇고 있는 판에 이제는 그 부인네들까지 뇌물받기에 이골이 나 있으니 부패가 이 나라 구석구석 만연된 고질병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종류도 많은 뇌물리스트
누구 누구에게 돈 돌렸다는 명단인 한보리스트, 기아리스트, 청구리스트, 최순영리스트에 경기은행 리스트들이 시중에 나도는 기이한 현상은 또 그렇다치자. 그러나 공무원, 건축사, 유치원장들이 터무니 없이 얽히고 설킨 씨랜드 어린이 화재 사건을 떠올리면 이 땅은 과연 우리 힘으로는 철부지 어린것 하나 제대로 기를 수 없을 만큼 썩고 무기력한 나라인가 싶으니 환멸감마저 느끼게 된다.
옛 선조들은 '나라가 흥하려면 벼슬아치들이 돈을 밝히지 않아야 된다(文臣不愛錢)'고 했다.
그렇다면 각계각층에 부패가 만연된 지금의 우리사회는 이대로 가면 쇠망하고 만다는 것 아닌가.
실상 나라가 부패하면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빈부간의 갈등이 심화, 결국은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은 정한 이치다. 때문에 지금 우리가 회생하려면 환란(換亂)극복에 앞서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지금 엄청난 부정과 부패의 사슬 앞에 너무나 무기력하고 둔감한채 아예 체념 상태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눈을 부릅뜨고 공금이 유용되나 감독하고 불법으로 돈을 챙기나 감시의 눈길을 늦춰서는 안된다.
장개석총통의 대만 정권이 부흥한 것은 부패한 며느리부터 척결한 장총통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경제 강국이 되는 밑바탕에는 이광요총리의 청렴 정치가 깔려 있었다.
20세기 초반까지 세계5대 강국으로 꼽히던 아르헨티나가 세계의 중심 국가에 서 밀려난 것도 따지고보면 부정과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는데 실패한 탓이었다. 이탈리아에서 벌였던 부패 추방 전쟁같은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경제를 걱정하면서도 경제의 뿌리를 갉아먹는 부정과 부패에는 둔감하니 이래서야 될 일이 아니다.
우선 부정부패의 근원인 정치권 비리부터 정화돼야 할 것이다. 단돈 몇십만원에도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이 나라에서 30억원을 챙기고도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이란 말 한마디로 그냥 넘겨버리는 이러한 정치풍토에서 과연 우리는 누구를 벌하고 누구를 나무랄 수 있단 말인가.
2천500만원 받은 인천시장 또한 대가성이 없다고 불기소 처분이니 이런식으로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한 부정부패는 영원히 척결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되풀이하지만 정치권부터 정화돼야 이 나라가 살아난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지금처럼 부패 타락해서야 다른 어느 분야의 누구인들 탓하고 욕할 수 있을까 싶다.
여야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협상을 통해 불의를 용서하고 법 집행을 정지시켜 버린다.
정치인에 뻥 뚫린 법망
정치자금이란 이름으로 뇌물 챙기는 것을 밥먹듯 하고도 법망을 이리저리 잘도 빠져나가니 이런 구태의연한 지도자들이 빨리 물러나야 이 나라 정치가 잘 풀릴 것만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3김씨가 정계를 떠나는 순간이 바로 우리 정치가 살고 부정부패 추방운동이 결실을 맺는 때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3김씨는 정치자금에 대해 떳떳하지도 못하고 약속을 지키는 정직성도 없는데다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영향력만은 막강하다. 이분들은 정치9단의 권모술수로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이 나라 정치발전을 가로막으면서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고도 모자라 이제 후(後) 3김시대를 열겠다고 안간힘이다. 권좌에는 지나치게 오래 앉아 있으면 욕이 된다는 것을 이들은 모르는 걸까.
어쨌든 우리의 부정부패 추방운동은 40년 해묵은 3김청산운동에서부터 출발해야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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