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북이 구조체계 한 생명 앗아

산사태로 매몰됐다가 주민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 후송중 숨진 칠순 노인의 사망은 관계당국의 방심과 허술한 긴급환자 구조체계가 불러 온 또다른 인재였다. 이와함께 귀중한 생명을 잃게 한 만큼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여론이다.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2일 오후 4시쯤 봉화군 춘양면 서벽3리. 숨진 이창의 노인(75)과 김대홍(58)씨 집을 뒷산에서 1t가량의 흙더미가 무너지면서 덮쳤다. 주민들은 방에 있다 집채더미에 깔린 이노인과 김씨 부부를 매몰 1시간만에 구조하고 면사무소에 연락, 환자 수송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제는 춘양면에서 서벽리간 11㎞ 중 2㎞의 도로가 유실, 구급차가 운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마을 주민들에 의해 구조된 이들 3명은 마을회관으로 옮겨져 간단한 치료를 받고 후송의 손길을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구조에서 병원 후송까지는 장장 15시간. 악몽의 시간이었다. 추위에 떨면서 기다리다 3일 오전 7시30분쯤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이노인은 숨졌다.

당국이 당시 S.O.S 긴급후송 연락을 받고 헬기라도 동원했더라면 귀중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주장. 주민 이모씨는 "긴급한 상황을 신고했는데도 단지 도로가 유실됐다는 이유로 환자 수송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당국에 책임이 크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힘있는 고위층이 이같은 상황에 처했으면 헬기를 보내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을 것이 아니겠느냐"고 당국을 원망했다.

당국의 긴급환자 후송체계 허술로 외롭게 혼자 살던 독거노인의 애통한 죽음과 같은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긴급환자 구조체계의 재점검이 절실하다.

봉화.朴東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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