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데드 얼라이브

뉴질랜드의 '걸물' 피터 잭슨이 감독한 '데드 얼라이브'는 스플레터(사지가 잘려나가는 잔혹 호러) 무비, 좀비(살아있는 시체) 무비의 극한을 치닫는 영화다.

이 만큼 피와 살점, 내장들이 쏟아지는 영화도 드물다. 간 큰 공포영화 마니아들도 내심 얼굴을 돌린다. 97년 7월 비디오로 출시되기 전 씨네마떼끄에 의해 대학가에서 상영될 때 실제 토하거나 극장문을 뛰쳐 나가는 관객들도 많았다.

어느 작은 마을. 모든 악몽은 악령이 깃든 식인 원숭이에서부터 비롯된다.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한 중년여인.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다 이 원숭이에게 팔을 물리게 된다. 상처는 점점 커져 살점이 뜯겨져 나가고, 정신이 빠져나간 그 여인은 죽지 않은 시체, 좀비가 된다. 마을은 좀비의 세계로 변하고 괴수가 된 엄마와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의 혈투가 벌어진다.

이 영화의 별난 구석은 끔찍한 장면이 계속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쏟아진 내장마저 앙증스런(?) 캐릭터로 만드는 피터 잭슨의 '악취미'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음악마저 감미롭다.

그러나 싸구려 공포물과 차별화를 이루는, '데드 얼라이브'의 최대 강점은 영화 저변에 흐르는 오디푸스 콤플렉스다.

주인공은 '마마 보이'로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좀비가 된 엄마를 끌어안고 슬퍼한다. 흡사 우디 앨런의 '뉴욕 스토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괴수가 된 엄마좀비의 뱃속에 들어갔다 나와서야 그 그늘을 벗어난다.

또 곳곳에 깔려 있는 악마주의와, 좀비보다 더욱 공포스런 것은 인간이란 교훈등도 싸구려 공포물과 격을 달리한다.

오리지널 러닝타임 1시간 37분. 그러나 국내 출시된 비디오는 10여분이 잘려나갔다. 시작 부분의 손목 절단장면을 비롯 후반부 좀비와의 '대결투' 장면에 보여지는 갖가지 잔혹 장면도 사라지고 없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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