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거짓말 등급보류 판정 장선우 감독

새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영화계와 사회에 논쟁거리를 제공해오다시피한 장선우(47) 감독이 '거짓말'로 또 다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와 가학행위가 등장하는 '거짓말'이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에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표현의 자유 신장'과 '사회의 도덕률 및 가치관 수호'라는 서로 다른 두개의 가치관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접점에 위치하고 있다.

장 감독은 "14년간의 연출 생활에서 한번도 '정상적인 개봉'을 하지 못했다"면서 "삭제하느니 개봉을 포기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는 입장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굳이 선정성 딱지가 붙은 장정일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계기는.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았으나 제작사측의 권유도 있고해서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나쁜 영화'를 만들 때의 스타일적인 실험을 한번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원작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데 지나치다는 느낌은 없었나.

▲영상으로 표현하면 더 충격적이기 때문에 우려되는 점이 많았다. 포르노그라피와 판타지를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봤다. 씻김 굿의 경우 처럼 포르노그라피에도 질환을 고치는 치유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피는 식 말이다.

-일부에서는 감독 자신의 성적 성향을 문제삼는 발언까지 나오는데.

▲모든 것은 보는 사람들의 심성을 반영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마음의 태도 내지는 관점에 따라 달리 말할 수 있으므로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단지 오해한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성 문제에 있어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는.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을 못받게 된다면.

▲'나쁜 영화' 때 기억이 난다. 본의 아니게 많은 분량이 삭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삭제는 없을 것이다. 공청회 같은 장치를 통해서 내 영화가 정말로 사회질서를 문란하게하고 미풍양속을 저해한다고 결론난다면 개봉을 포기 하겠다.

-현행 등급 제도에 대한 생각은.

▲이번으로 11번째 영화를 만들었지만 한번도 편하고 자유롭게 개봉한 적이 없었다. 정부의 이름이 바뀌어도 나한테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거짓말'은 사랑이야기에 불과하다. 사랑에도 평준화가 있는 지 되묻고 싶다.

-베니스영화제 본선 진출에 대해서는.

▲베니스가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사실 의외다. 작품 선택 관행으로 볼 때 경쟁 부문에 올라갈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베니스의 과감한 선택이라고 본다.

-다음 작품 구상은.

▲내가 보고싶으면서도 나이와 거주지를 불문한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애니메이션 한편을 만들고 싶다. 시나리오는 나와 있다. '꽃잎', '너에게 나를 보낸다' 등 나의 다른 작품들에서 이미 애니메이션을 부분적으로 사용한 바 있다.

장 감독은 대학(서울대 고고인류학과)을 나온 뒤 29세인 81년에 이장호 감독 밑에서 연출부 일을 맡으며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85년 '서울예수'(미개봉)로 데뷔, '우묵배미의 사랑', '경마장 가는길','화엄경', '너에게 나를 보낸다', '한국영화 씻김', '꽃잎', '나쁜영화'를 연출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