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무심했다. 푸른 들판을 휩쓸고 강둑을 무너뜨린 물 난리는 농심을 멍들게 했다.
옥토가 하룻밤 사이 황톳빛 폐허로 바뀌고 애써 가꾼 농작물들은 자갈더미에 묻혀 버려 농민들은 가슴을 쥐어뜯기만 한다.
봉화군 물야면 수해 복구 현장에서 줄담배를 피우던 김모(59)씨는 수마가 쓸어버린 농경지를 바라 보면 생계 꾸리기를 걱정했고, 영주시 부석면 이모(60)씨는 수확을 2년 앞둔 인삼밭 700여평의 침수에 넋이 나갔다.
수박밭 400여평이 흙더미에 묻혀 폐농한 강모(48.영주시 평은면)씨는 "복구한다고 깨지고 터져 상품가치가 없는 수박을 팔 수가 있겠느냐"며 긴 한숨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발 높은 양반들의 현장 방문은 삼가달라"한다. 오히려 현장방문 준비 때문에 시간이 뺏겨 작업이 2, 3시간 줄어든다는 것이다.
권모씨(60.영주시 단산면)는 "신문.방송에서 '재기의 삽질이 한창이다' '복구가 몇 %다'라고 연일 보도하지만 피해민들은 관심이 없다"고도 한다.
언론을 통해 실적 위주로 복구 현황을 홍보하는 당국이 얄밉다는 권씨는 복구 사각지대와 늑장 부리는 복구 현장을 알려달라고 당부한다.
지난해 이맘때쯤 큰 홍수가 난 상주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지만 중앙부처 등에서 찾아 오는 고관들 때문에 인력을 동원해야 했고, 브리핑 자료를 만드는 등 시간만 낭비, '복구에 차질을 빚고 도움도 안되는 현장방문'이란 비난을 사기도 했다.방문객들의 발길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는 농민들은 차라리 허기진 배를 채우는 시원한 물 한 잔이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털어 놓는다.당국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복구에서 탈피, 사전 수방 대책 마련을 철저히 하고, 멀리 내다보는 재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박동식차장(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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