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풍부한 자원을 제공해주며, 특정자원이 고갈될 때 인간의 상상력과 기술은 새로운 자원을 발견하고 그것을 활용할 신기술을 찾아낸다는 것이 서구인들의 주된 생각이었다. 최근 수백 년간 서양윤리는 인간의 문명을 자연보다 상위에 두는, 다시말해 인간과 자연을 떼어놓는 경향이 많았다. 이런 사고는 전세계적으로 전파되어 경제발전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무분별한 자연훼손이 자행되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심각하게 나타나게 되었고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우리도 국토개발 제한구역, 즉 그린벨트를 설정하게 되었다. 무자비한 개발논리가 아무 제지도 받지 않던 시절에 그린벨트는 우리의 생명선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린벨트를 대폭 완화 내지 해제한다고 발표하였다. 더구나 그 결정과정이 정치적 판단이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린벨트는 왜 신성불가침 지역처럼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휴가나 휴일을 맞아 바다나 산을 찾아 본 사람들은 모두가 목격을 하게 되는 것이 있다. 어쩌면 그렇게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많은가에 놀라게 된다. 건축관련 법규나 환경평가 등에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저런 자리에는 저런 건물이 들어서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광경을 보며 우리는 설혹 사유재산이라 할지라도 공익을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그린벨트 해제나 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도 여의도의 수백배에 달하는 농경지가 바람직한 생산과는 전혀 무관한 음식점이나 유흥지 등의 용도로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소위 개발독재 과정을 거쳐 오면서 우리는 지금 당장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내일의 일을 신경쓰지 않는 자본주의의 나쁘고도 천박한 점을 너무도 무신경하게 받아들였다. 미래에 대한 종합적 전망이 없고, 사회 전체를 주도하고 그 구성원들에게 전반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철학이 빈곤한 상태에서 우리는 좌충우돌 대책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오늘과 같은 경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국토는 훼손되고 황폐해지게 되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삶이 각박할수록 우리가 궁극적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자연이다. 어려울수록 그 구성원들의 사고가 건전하고 정직하다면 다시 일어설 수가 있다. 우리의 정치인들도 이제 눈앞의 인기에만 연연하지 말고,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삶은 생태계적 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연은 인간의 행위에 대해 일정기간 침묵을 유지하지만 한도를 넘게 되면 무자비하게 복수를 한다. 몇몇 정치인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린벨트는 우리의 생명벨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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