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 이 단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추억을 끄집어 낼 수 있을까. 눈 내리고 바람소리 으스스한 겨울밤,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거나 이불속에서 비밀 이야기를 속삭이던 옛 기억들…. 그런 정겨운 추억들은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과 뗄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편의성 때문에 너도나도 보일러를 찾는 요즘 세태속에서 61년째 우리나라 전통 구들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장인 김용달(79.대구시 중구 동인동)씨.
"합천 해인사 백련암, 청암사 극락암, 봉암사, 대원사, 동화사, 은해사까지 내가 작업한 절방은 셀 수도 없지요. 보일러가 나오기 전엔 들어오는 주문도 다 못 받았으니까요"
지금은 한해 한두 건 일감이 생길까 말까 하는 정도지만 한때 내로라 하는 전국 대가집과 큰 절의 구들을 놓았던 김씨. 3대째 가업을 이으며 익혀온 구들 비법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들 작업의 첫단계는 면밀한 환경 분석. 바람의 방향, 지대의 높이, 방 크기 까지 철저히 계산한다. 이어 석회를 깔고 황토를 촘촘히 다져 곳돌을 놓은후 구들장을 놓아 흙으로 다지는 등 한달여 동안 스무단계에 가까운 과정을 거친다.
때문에 무려 78평에 이르는 대전의 태고사 절 방도 한 곳 빠짐없이 고루 따뜻해진다.
"윗목.아랫목 온도 차이가 생기는 구들은 하급 기술자의 솜씨지요"
그의 '구들 인생'중 백미는 지난 82년 경남 하동의 칠불사 보수. 아(亞)자 방이라 불리는 이 절의 방은 네 모서리가 방바닥보다 한 자 정도 높은 이중온돌 형태로, 불을 때면 높이가 다른 방이 고루 따뜻해질 정도로 구들의 구조가 독특했다. 한국전쟁 당시 방이 파괴된 이후 보수할 기술자가 없어 30여년간 방치돼 오던 중 김씨가 옛 난방법을 복원해낸 것. 이를 계기로 지난 85년 문화재관리국에 한식 미장공 분야 지정문화재 수리기능자로 등록됐고 현재 무형문화재 지정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구들은 수리하지 않고 30년은 거뜬히 쓸 수 있는 데다 온기가 고루 퍼져 보일러 난방과는 비교할 수 없지요"
넉넉한 넓이의 땅에 자신만의 비법으로 20여가지 형태의 구들을 재현, 우리네 전통 난방법을 후대까지 전해주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수자 한 명 없이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오는 구들 보수로 힘겹게 생활하는 그의 모습에서 스러져가는 우리 전통문화의 쓸쓸한 한 단면을 보는 느낌이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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