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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백용진(성악가·(주)대남 대표이사)

대구에서 공장이 있는 영천시 북안면까지 운전하며 출·퇴근한지도 10년 가까이 된다. 그 때문에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고속도로 등 길 위에서 보내야 한다.운전은 이따금 즐거움을 맛보게도 하지만 퇴근길은 피곤하고 졸리고, 지겹게 느껴질 때도 적지 않다. 그런데 반년 전부터는 퇴근하면서 동대구 인터체인지에 도착하는 순간, 기분이 깨끗하게 전환된다. 피곤이 확 풀리는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통행료 정산을 하는 아주머니들의 '상큼한 변화'가 기분을 바꿔주기 때문이다.물론 그 이전에도 비교적 친절했지만 반년 전부터는 그 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잘 오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등의 친절한 인사말에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나도 답례를 친절하게 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더구나 창구 아래는 바로 그 아주머니의 환하게 웃는 얼굴 사진이 붙어 있어 마음을 더욱 흐뭇하게 한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먼저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버릇까지도 생겼다.

이같은 변화를 하찮은 변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는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은 변화가 때로는 얼마나 커보이게 하는가는 체험해봐야만 알 수 있다.

어제 퇴근길에는 통행료를 받는 아주머니나 아가씨들 때문에 긴장감과 피로가 풀리고 신이 나는 기쁨을 누렸다. 심지어는 그 인상 때문에 대구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한 달 전쯤부터는 동대구 인터체인지 톨게이트가 또 달라졌다. 아침 출근길에 지나치다 보면 제복을 입은 아가씨가 나타나 표를 대신 빼주는 친절까지 베풀고 있다.

그 아가씨의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는 한 마디의 인사말은 일상에 찌든 사람들에게는 청량제와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 청량제 때문에 나도 "감사합니다"라며 기분 좋게 화답하고, 신나게 휘파람 불며 고속도로를 달리던 기분이 지금도 마음을 환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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