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비로 눅눅한 날. 젊은 작가들이 막 펴낸 소설은 더없이 좋은 동반자다.
일상에 눌린 독자들이 미처 들어가 보지 못한 새로운 상상의 세계, 비록 허구지만 가상체험을 가능케 하는 소설은 그 나름의 미덕을 갖고 있다.
전경린씨의 장편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문학동네 펴냄)과 김탁환씨의 장편 '누가 내 애인을 사랑했을까'(푸른숲 펴냄)는 심각하면 심각한대로, 가벼우면 가벼운대로 별 부담감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소설들이다.
두 소설의 공통된 화두는 '삶'과 '사랑'이다. '…특별한 날'은 30대초반 한 기혼 여성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고 있고, '누가 내 애인을…'에는 20대 청춘들의 꿈과 사랑, 상처 등 삶의 스케치가 담겨 있다.
결혼생활이 가져다 주는 미지근한 안정감에 안주하고 있던 서른 세살의 '미흔'이 '…특별한 날'의 주인공이다. 남편의 외도는 그녀의 삶과 사랑의 정체성을 여지없이 깨어 버린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소도시의 한적한 교외로 이주한 그녀는 사설우체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남자를 알게 되고, 일정기간동안 조건없는 사랑을 나누되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쪽이 지는 게임을 벌인다.
미흔은 이 일탈의 게임에 빠져 있는 동안 주변의 비정상적인 사랑의 사연을 듣게 되고, 사랑과 부정·불륜의 상관관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문득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응시하게 되는 미흔에게서 작가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되새김질 해낸다. 미흔의 일탈된 행위를 통해 재활용품처럼 지겨운 인생과 낡은 도덕과 진부한 모성, 기만적인 내조밖에 없는 삶과 사랑을 역설적으로 투영시켜 낸다.
한편 연작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는 김씨의 소설은 '치욕' '청순' '용기' '관능' '위악' '박애' 등 각기 완결성을 가진 6개의 옴니버스로 연결돼 있다. 소설안에 실명의 작가가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일종의 액자소설이다. 작가는 집착과 동경, 왜곡된 욕망 등을 생에 대한 '사랑'이라 믿었던 서툰 영혼들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자살과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세 여인과 실종된 한 남자, 쾌락의 수렁에 빠져 있다 수녀가 된 여인 등 일군의 인물들이 하나의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모습을 다면적으로 조각해 내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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