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무국 이해대변 국제모임 대구라운드

98년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 지적처럼 '실물거래의 결과로 자본이 이동하던 시대'는 끝났다.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벌어진 급격한 자본 자유화 및 개방화로 오늘날 세계 경제는 '꼬리(금융)'가 '몸통(실물)'을 흔드는 시대를 맞았다.

지난 95년 세계외환시장 규모는 하루 거래량 약 1조5천억달러, 연간(250일 기준) 거래량 약 360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6년 대비 10년사이 7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외환거래 규모는 무역 등 실물거래 자금결제액의 4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이들 외환거래 중 80% 가량이 7일 이내 단기거래다.

최근 동남아 경제위기에서 보듯 실물경제의 성장기반 위에 수십년간 쌓아온 국가경제의 토대가 이들 단기성 투기자본의 광폭성 앞에 어이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제 사회는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중에 등장한 것이 지난 8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예일대의 제임스 토빈 교수가 주창한 '토빈세(Tobin Tax)'다. 단기성 투기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각국의 통화가 급등락, 통화위기가 촉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규제방안이다.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면 거래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단기성 투기자본의 거래를 줄일 수 있다는 요지다.

토빈세 최초 실시국은 브라질이다. 90년대 들어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지고 외채가 급증하자 93년 11월부터 5년미만 해외차입에 대해 차입액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외환거래세를 신설했다. 94년 6월 들어 세율을 7%로 높였고, 외국인 주식투자에 대해서도 1%의 외환거래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로 자본 해외도피, 외환수급 차질, 주가 폭락 등이 일어나자 브라질 정부는 도입 1년4개월만에 이를 폐지했다.

토빈세가 효과를 보려면 전세계 모든 국가와 금융기관이 이를 동시에 도입해야 한다. 이탈자가 생길 경우 그곳으로만 돈이 몰려 토빈세를 도입한 쪽만 손해보기 때문.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토빈세는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한 것도 이런 이유다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토빈세를 다소 변형시킨 것이 아이첸그린과 위폴즈가 제안한 '예치제'다. 불안정한 경기상황에서 자본유출입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해외 유입자금에 대해 일정부분을 무이자 또는 저리로 무조건 중앙은행에 예치토록 하는 것.

예치제 도입국은 칠레, 콜롬비아, 스페인 등이다. 칠레는 지난 91년 6월부터 '외환가변예치제(VDR ; Varing Deposit Requirement)'를 도입했다. 차입금의 20%를 국내 유치기간에 따라 30일~1년간 차등을 두어 예치토록 한 것. 칠레 정부는 92년 1월부터 이를 더욱 강화해 예치기간 1년 단일화, 예치율 30% 상향조정 등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연구원이 최근 악성 단기차입을 막고 지나친 단기성 외채부담을 줄이기 위해 VDR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국은행도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VDR 및 토빈세 도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토빈 교수는 프랑스 르 몽드지와의 회견에서 "선진국처럼 단기자본 규제 등을 위한 금융통제체제가 갖춰지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은 독자적인 금리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통제마저 포기할 경우 금융 선진국의 일개 점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金秀用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