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데스크-김현철 사면설

김현철씨 사면설이 최근 국민들의 빗발치는 여론에 한발 주춤 물러서는 듯하다.예전 같으면 닷새전인 10일쯤에는 벌써 사면 범위나 대상자가 결정됐을 터이다.그런데도 국무회의 결정을 13일로 미룬 것을 보면 아직도 "사면 할까 말까"를 결정 못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빗발치는 반대 여론

현철씨 사면설이 흘러 나오면서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우선 법을 집행하는 법조계가 "낯 뜨거워 재판 못하겠다"며 반발했고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90%, 부산시민의 80%가 반대하자 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현철씨 사면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며 대통령에게 재고 해 줄 것을 건의했다. 심지어 대통령 자문기구인 제2건국위 조차 '사면 불가' 건의서를 올렸다.

이같은 여론에 일단은 '사면 재검토'로 한발 물러 선듯 하지만 아직도 '현철씨 사면'은 남은 형기 집행을 면제해 주는 부분 사면을 할 것인가, 백지로 돌릴 것인가, 아니면 처음대로 사면복권을 강행 할것인지 짐작이 선듯 가지 않는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면조건이 '화합차원'이나 '자식을 둔 아버지의 입장'이 아니라 속내음은 YS가 DJ의 약점을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로 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사면권이 우리나라 만큼 남발되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바뀔때 마다 엄청난 수형자들이 '은전'을 입었다.

##사면복권 너무 남발

박정희대통령은 63년 12월16일 취임 기념으로 6만2천14명을 사면한데 이어 80년 서거할 때까지 모두 7만8천680명을 감옥에서 풀어줬다.

그후 전두환대통령은 5천564명, 노태우대통령이 6천375명, 김영삼대통령이 4만1천911명을 각각 재임기간에 사면했다.

그러나 현 김대중대통령은 재임 1년반 동안 3차례에 걸쳐 무려 554만3천146명을 사면 복권시켰다.

엄청난 숫자다. 물론 이중에는 운전면허 벌점 전면 삭제, 수표 부도범, 공무원 징계자 등 어찌보면 억울하다 싶은 사람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면서 진짜 국민화합 차원에서 하는 지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문제는 정략적 이해득실에 따라 부정부패와 권력 남용, 국가기강을 해친 사범까지도 마구 풀어 주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데 있다.

결국 이러한 사면 남발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은 하나의 장식에 불과하다'는 인식만 심어 줄 뿐이다.

신창원과 김강룡이 고관대작과 부자집 문간을 넘나들며 거액을 털었는데도 "내가 도둑 맞았소"하고 신고한 사람은 왜 한 사람도 없는가. "신고해 봐야 신분만 노출돼 창피만 당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실상은 거개가 정상적으로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검은돈'으로 뒤가 구린 게 있어 신고 안한 게 아닌가.

이런 사람들일수록 검은 돈의 정체가 밝혀지고 죄질이 크다해도 대개는 보석이나 얼마 있지 않아 풀려난다는 것을 국민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법치주의 근간 흔들어

현철씨 사면설을 두고 유권무죄, 유전무죄를 주장하는 나머지 사면받지 못한 범죄집단들은 "이 나라 법질서는 만민 앞에 평등한 것이 아니라 특정계층과 서민계층으로 엄연히 구분돼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대통령의 형사처벌을 두고 포드대통령이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특별사면 시켰다가 망신을 당한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사법부는 즉시 "국가를 망칠뻔한 사람을 사면한다면 다른 피고인들을 구속할 이유가 없다"며 대거 석방해 버렸고 여론이 나빠진 포드는 다음선거에서 참패 했다.

13일 국무회의에서 현철씨 사면이 어떻게 결정 나든 그것은 대통령의 의지라고 국민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힘은 위대하다. 이렇듯 광범위한 계층에서 반대하고 있는데도 현철씨를 사면할 수 있을지…. 포드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도기현(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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